통섭 혹은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방송과 통신 콘텐츠 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큰 파이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송통신 콘텐츠 산업의 규모는 4900억 달러에 이르러 반도체의 2300억 달러를 훨씬 앞지르며 연 7.4%의 성장률, 특히 모바일 콘텐츠는 30.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과거 이통사를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었던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탈피, 점차 개방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텔레비전 콘텐츠도 이에 못지않게 성장할 전망이다.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동영상 콘텐츠 유통에서 이제는 디지털 케이블방송이나 IPTV의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는 양방향성이 가능한 콘텐츠가 유통되는 산업 구조로 바뀌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빠르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기꺼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텔레비전을 이용한다고 하니 (18.1%, 인터넷은 13.8%), 양방향성이 가미된 다채널 환경에서의 디지털 텔레비전 콘텐츠 이용이 중요해질 것은 분명하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복잡한 방송콘텐츠 유통구조의 기반이 마련됨을 의미한다. 기존 방송콘텐츠는 독립제작사 혹은 CP (content provider)와 방송국 간의 콘텐츠 수급계약과 방송국의 방송송출, 시청자의 프로그램 시청선택이라는 순서의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유통과정을 거쳤지만, 앞으로는 복잡한 가치사슬 구조를 포함한 유통 구조로 변화할 것이다 (그림참조). 방송사업자는 금융, 게임, 교육, 책, 광고, 건강, 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를 수급받아 서비스 가입자에게 제공할 것이다. 또한 양방향성을 더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사용자경험(UX) 일관성을 위한 디자인 등을 이유로 전문적인 서비스 총괄자(aggregator)가 등장하기도 할 것이다. 또한 셋탑박스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제조산업과 이에 필요한 미들웨어 산업 또한 성장할 것이며, 이렇게 얻어진 산업적인 지식은 유럽, 미국, 아시아 등지의 시장진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미 이루어진 일이기도 하지만 교육콘텐츠는 이미 디지털 방송용으로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으며 실제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셋탑박스에 부가장치를 장착함으로써 가정에서 혈압, 맥박, 당뇨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병원에 전송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를 근거로 전문의와 상담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은행서비스, 홈쇼핑 서비스 등은 물론이며, 인터넷으로 시작된 전자정부는 더욱 편리하게 되어 간단한 조작만으로 구청, 동사무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각 가정의 특성에 맞는 EPG (electronic program guide)가 제공되고, 사용자의 특성과 맥락에 맞는 광고가 전달되어 효과적인 광고수단도 발전할 것이다.
또한 TV 서비스는 다른 매체의 서비스와 적극적으로 연동되어 제공될 것이며, 나아가서는 홈컴퓨팅,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을 완성하는 쪽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모바일 서비스와 IPTV 서비스가 연계돼, TV로 찾은 정보를 휴대전화로 밀어 넣는다든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셋탑박스에 전송한다든지 하는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다. 청소년을 둔 부모는 TV의 셋탑박스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문자나 화상통화를 신청하여 자녀와 통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탑박스를 이용해 책이나 신문 등의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도 있다. 또한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셋탑박스가 냉장고, 밥솥, 가스 등의 가전제품들을 제어하여, 셋탑박스가 일종의 홈컴퓨팅 환경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도록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와 콘텐츠 산업의 발전은 단순히 디지털방송 기술의 등장으로는 시작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침체되어 있던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 최근에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은 적절한 정책이 제공됨과 동시에 서비스제공자, 망사업자, 콘텐츠사업자 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방송 산업에도 이와 같은 구조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 사업계획으로 방송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들고 있고, 시장진입 편의성, 외주제작 광고유통, 중소기업 콘텐츠 기반 확충, 창의적 인력양성,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지원 확대 등의 정책안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방송의 이해관계자인, 방송사업자, 콘텐츠 사업자 (게임, 교육, 영상 등등의 다양한 분야의) 등은 디지털TV에 적합한 킬러어플리케이션이 무엇인가에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한편, 생태학적인 환경에서 서로가 윈-윈하는 산업구조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디지털방송을 단순히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기보다는 의료, 상거래, 교육, 금융, 홈컴퓨팅 등과 연계되어 발전되어야 하는 인프라베드로 인식되어야 하며, 관계자들 간의 긴밀한 협조와 공조체제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김효동 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