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미래방송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방송협회와 미래방송연구회가 주관하는 [미래방송 비전 컨퍼런스]가 서울 방송회관 3층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한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축사를 통해 “지상파 방송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한 다음 “(하지만) 방통융합 시대를 맞아 지상파 방송의 미래를 합리적으로 설계한다면 분명히 길은 있다”고 밝혔다.
또 양 위원은 “불과 5년 전에는 IPTV야말로 방통융합의 결정체라고 여긴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 우리는 그 5년 동안 (IPTV를 제외한) 많은 방통융합을 목도했다”라고 전한 뒤 최근 급격하게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디지털 방송을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빗대어 “일대 격변”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양 위원은 “지상파 방송은 언제나 급격한 변화에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도리어 그 변화에 끌려오는 형국이었지만,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미래 방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화두로 떠오른다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고 평했다.
이어 양 위원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어필했다. 양 위원은 “개인적으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기술적 변화가 콘텐츠 변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뗀 다음 “소수이지만, 방통위 내부에서도 저와 김충식 상임위원 등을 위시한 인사들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양문석 위원이 전국 디지털 전환 이후 무료 보편의 방송 서비스를 추구하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필요성이야말로 진정한 지상파의 미래라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통위는 자사의 이윤하락을 우려한 유료매체의 입김에 휘둘려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양휘부 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다채널 서비스에 비하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DCS는 미비한 수준이다”라며 잔뜩 날을 세운바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유료 매체, 특히 케이블 사업자들은 의무재송신 확대를 반대하던 시기에는 자신들의 편성권 침해를 우려한 나머지 지상파의 영향력 확대를 이유로 반발하다가, 최근 재송신 확대 찬성을 주장하면서 무료 보편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는 전제로 “케이블 사업자들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도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던 논리인 ‘지상파 방송 영향력 확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금 자신들이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논리인 ‘무료 보편의 기치’로 볼 때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청권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은 철저히 무시하고 지상파 재송신 중단이라는 최악의 카드만 만지작거리는 유료 매체 전반에 대한 짙은 불신이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양문석 위원은 김충식 위원과 함께 오로지 국민을 위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추진을 강하게 주장해온 방통위의 몇 안 되는 인사 중 하나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양문석 위원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통위 내부에서도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한편, 지상파 방송사들도 해당 사안에 대한 내부 의견 합일을 이끌어낸다면 국민을 위한 긍정적인 미디어 환경 구축에도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컨퍼런스에 참석한 최동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방송 기술인들의 수장으로서 각종 현안에 대처하기에만 바쁘다는 이유로 미래 방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지상파의 올바른 미래 방송을 위한 현실적인 고민 해결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