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개국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관련 현안인 미디어렙 법안 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극에 달하는 지금, 제약사들의 종편 투자 현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최종원 의원에 의하면 현재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에 투자한 제약사는 총 11곳으로 상위 40개 제약사 중 11개 사가 여기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보다 더 많은 13개 제약사가 투자를 하고 있으며 금액은 총 230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방통위가 종편이 가져가는 광고시장 파이를 더욱 키워주기 위해 제약사들의 종편 투자를 좌시했으며, 동시에 의약품 광고시장을 키우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즉, 방통위가 종편에 광고를 몰아주기 위해 제약사들의 종편 투자를 음으로 지원했으며 이에 당장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됨은 물론 공정해야할 방송사가 투자자인 제약사의 입김에 휘둘릴 여지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새삼 약사법 개정안 문제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점점 꼬여가는 형국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약사법 개정을 반대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국민적인 여론을 의식하며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간단한 의약품을 판매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김황식 총리가 대독한 2012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발표했다. 이 연설에는 약사법 개정을 위한 국민적 타당성을 역설하며 일반 의약품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반 슈퍼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 약사법 개정안이야말로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감안해 정책적으로 풀어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종편에 광고이익을 더 몰아주기 위한 일종의 편법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사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즉, 약사법 개정을 통해 제약사들의 광고 및 홍보를 위한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고 그 동력을 종편에 집중시켜 궁극적으로는 종편의 광고시장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주장에는 아직 확연한 개연성이 증명되지 않았으나 이번 민주당 최종원 의원의 발언에서도 밝혀졌듯이 제약사의 종편에 대한 투자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며 이는 곧 제약사가 종편의 영향력에 부응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확률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삼진제약이 자사의 진통제인 ‘게보린’에 유명 걸그룹인 걸스데이를 내세워 광고를 진행하려 하고, 병원과 의사를 둘러싼 소위 ‘리베이트’ 의혹도 근절되지 않으며 오남용 등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각종 약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 부재로 눈총을 받는 제약사들이 종편의 영향력에 부응하면, 가뜩이나 공정방송을 기대하기 힘든 신문 사업자 출신의 종편이 어떤 파행적인 행보를 보일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젠 종편이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마저 ‘돈의 논리’로 이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