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KBS 이사 추천 거부해야 하나?

야당, KBS 이사 추천 거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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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이사회가 여당 추천 이사만 참석한 이사회에서 사장 면접 후보자 5인을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소수파가 다수파를 견제할 아무런 장치도 없다면 이사회 내 야당 추천 ‘몫’을 거부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0월 22일 오전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 회의실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 주최로 열린 ‘공영방송 사장 선임,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현 정권에서 정치권력 다수파의 ‘승자 독식’ 행태는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1990년대 초 권위주의 정권 막바지에 비해서도 더 퇴행적”이라며 “이사회 소수파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다수파를 견제할 장치도 없다면 정치적 선임 구조 즉 야당 추천 몫을 거부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KBS 사장은 11명의 비상임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사회 구성 자체가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돼 있어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사 11명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선임하도록 돼 있는데 방통위 역시 5명의 상임위원 중 2명은 대통령이, 1명은 여당이 추천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통위의 여야 3:2라는 불합리한 구조는 7:4로 이어져 정부‧여당이 이사회를 장악하도록 관행적으로 굳어졌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녀야 할 공영방송 수장 선임 과정이 시작부터 끝까지 정권에서 독립적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최근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사장 선임 원칙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특별다수제, 사장추천위원회 등 (야당 추천 이사들의) 제도 개선 제안을 일축했는데 이는 단순히 소수파의 존재 의의를 무시했다는 점뿐 아니라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부적격 인사를 사장에 앉히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최선의 후보자를 선택하기는커녕 차선도 차악도 아닌, 최악 가운데 최악이 선임되는 것을 막는 것에 소수파 이사의 존재 의의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를 맡은 조항제 부산대 교수 역시 “올해 7월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 시 ‘야당이 (해당 몫을) 추천하지 않았어야 했나’는 생각을 한다”며 정 교수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조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로 지금처럼 야당이 내분돼서 견제 세력으로서의 위치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없었다”며 “야당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여당을 견제할 수 없는 사실상 권위주의적 민주주의 또는 유사 민주주의, 민주주의지만 권위주의에 더 가까운 상태가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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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과 부적격 인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 유도 필요해”

한편 이날 토론회에 시청자 대표로 참석한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시민들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이나 부적격 인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시민들이 공영방송을 공영방송이 아니라 조금 더 큰 종합편성채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정말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MBC를 필두로 시작된 방송사 총파업 이후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은 점점 더 커진 상황이다. 심지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는 ‘김비서’라 불리며 사회적 조롱거리로 취급되기도 했다. 이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영방송 내부에서 부단히 움직이고 있지만 낙하산 인사들이 요직을 꿰차면서 신뢰 회복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철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정책실장은 “KBS 내부에서도 제작진들의 자기 검열 등이 끊임없이 벌어지면서 관제화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노조나 직능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같은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며 “사장의 출근길 저지, 파업 등으로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의 상황을 알아달라고 몸부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정배 EBS 노조위원장은 “임금피크제를 예를 들면 공익광고의 문구가 민주노총의 주장이나 논리보다 더 와 닿는다. 이처럼 시민들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왜 고대영이나 조대현이 와서는 안 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지금 시민들은 이들이 왜 부적격 인물인지 알지 못 한다”며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론 홍보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준희 중앙대 교수도 “노조가 할 수 있는 게 파업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제 더 이상 기존 방법으로는 안 된다”며 “‘부끄러운 방송 대상’ 등의 이벤트를 만들어서 권력을 오히려 희화화의 대상으로 만들고 동시에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저항의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