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개정 저지, 야당이 나서야”…적극 대응 촉구

“신문법 개정 저지, 야당이 나서야”…적극 대응 촉구

업계-시민사회단-학계 “언론을 장악해 차기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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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인터넷 언론의 등록 요건을 3인에서 5인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입법 예고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월 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은 인터넷 언론 구성원을 기존 3명 이상에서 5인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인터넷 언론의 등록을 인력 수에 따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대통령의 재가만 떨어지면 바로 시행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행령이 적용되면 상당수 인터넷 언론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즉시 반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4인 미만 인터넷 언론은 38.6%로 개정안이 적용되면 인터넷 언론 중 최소 3분의 1이 폐간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형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문화부 시행령은 결국 5인 미만 취재‧편집 인력을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38%뿐 아니라 1억 미만 매출액을 기록하는 인터넷 매체 85%를 퇴출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산술적으로 2014년 말 등록된 인터넷 신문 5,950개 가운데 5,000여 개를 퇴출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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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학계, 정치권에서도 이번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여론 다양성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언론홍보대책특별위원회‧사단법인 공공미디어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인터넷 여론 장악을 위한 신문법 개정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기존의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 사이트인 종속형 인터넷 신문이 아닌, 문자 그대로 ‘독립형’ 인터넷 신문은 전통적인 언론과 차별되는 비판적인 시각과 관점의 기사를 전달하고, 그 안에서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뤄짐으로써 주류 언론에 대비되는 대안 언론으로 크게 주목받았다”며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이러한 인터넷 신문의 혁신성과 대안적 성격을 매몰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문화부는 “인터넷 언론 등록 요건이 헐거워 인터넷 언론이 난무하게 됐고, 사이비 언론이 급증해 이번 개정안으로 ‘어뷰징과 유사 언론 행위’를 해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박 팀장은 “인터넷 신문의 선정성, 어뷰징 문제와 유사 언론 문제는 대부분 중대형 언론이 차지하고 있다”며 “소규모 인터넷 언론은 대부분 포털에 검색도 되지 않기 때문에 선정적 보도나 어뷰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의 ‘2015 유사 언론 행위 피해 실태 조사’에서도 5인 이하 소규모 언론의 피해 사례는 거의 없었다. 또한 언론중재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매체 유형별 언론 중재 조정 신청 건수도 이를 뒷받침한다. 언론중재위 통계에 따르면 44.3%에 달하는 8,436건이 인터넷 신문을 상대로 조정 신청을 했는데 이중 독립형 인터넷 신문은 전체의 11.8%인 2,245건에 불과하고 기존 신문사나 방송사의 소위 종속형 인터넷 신문이 32.5%인 6,191건에 달한다.

김학웅 변호사는 “어뷰징이나 유사 언론은 독립형 인터넷 신문과는 연관이 없다”며 “정부가 이걸 가지고 설득을 하려면 독립형 언론의 설립 구조, 광고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느냐를 가지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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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던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어뷰징 문제를 발생시켜온 주범들은 소규모 언론사가 아닌 중대형 언론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닷컴’들”이라며 “결국 문화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의 숨은 의도는 약 6,000여 개에 달하는 인터넷 언론 정리를 통해 언론 통제를 좀 더 쉽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시민사회단체, 학계,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화부가 개정안을 강행하는 것은 결국 언론을 장악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새정연 언론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영식 의원 역시 “기자 3명은 안 되고 5명부터 언론으로 인정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은 누구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왜 국가가 기자 머릿수를 가지고 언론 인정 여부를 가리려고 하는지 그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며 “결국 다가올 주요 선거 전에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을 통제하고 보수 기득권 신문들의 오프라인 영향력을 온라인에서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언론이 보도를 하려면 뉴스거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새정연이 장외 집회를 1번만 하고 끝내버려 이슈가 사라져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투쟁의 주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디어악법 투쟁 때처럼 야당이 큰 소리 질러주고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팀장도 “야권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새정연의 경우 내홍으로 체계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야당 또는 야권이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