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규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위원)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간의 교환율(혹은 가중치)을 산정한 예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독일의 KEK(미디어분야집중조사위원회)에서 매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교환율을 산정하였고 둘째는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에서 매체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도달률을 통해서 산정하는 것이었다.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1993년의 판결에서 매체의 특성을 파급력, 소구력, 시의성의 세 가지 측면에서 파악한 바 있다. 독일의 KEK는 2005년에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반으로 하여 파급력, 소구력, 시의성의 세 가지 면에서 여러 매체간의 차이를 산정하였다. 특히 TV와 신문의 관계에서 TV를 100으로 보았을 때, 신문은 파급력(도달률)에서는 신문의 도달률 데이터 두 가지의 산술평균을 근거로 70, 소구력에서는 TV가 영상, 청각, 문자를 사용하는 반면 신문은 문자에 주로 의존하므로 33, 시의성(주제의 시의성, 내용의 신속성에서는 100의 효과를 지닌다고 보았다. 매체의 특성 중에서 소구력과 시의성에 대해서는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선험적 판단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TV=100일 때, 신문은 1/3 × (70+33+100) = 67 이었고, 신문의 교환율 = 0.67을 얻게 되었다. 독일 산정 방안은 알기 쉽고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미디어 특성이 소구력, 시의성 이외에 양방향성, 심층성, 메시지의 수명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왜 소구력,, 시의성, 도달률만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들 특성간의 상대적 크기가 얼마인지에 대해서 객관적인 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KEK와 같은 선험적 판단은 자의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매체의 기술적 특성을 객관적인 지표에 의해 측정할 필요가 있으며 설문조사를 통해서 매체의 기술적 특성을 측정할 경우, 객관적․과학적 설문 디자인이 필요하다.
미국 FCC는 다양성 지수(Diversity Index) 산정 시 여러 미디어 간 가중치를 시사보도 도달률을 통해서 산정하였다. ‘공적사안에 대한 보도와 지역뉴스를 어느 소스를 통해서 얻었는가?’ 설문조사를 통하여 얻은 응답자료(복수응답)를 바탕으로 미디어 간 가중치를 계산하였다. 2003년에 미국의 미디어 간 교환율(가중치)는 TV=1로 보았을 때, 신문=0.6이었다. 미국식 산정방안은 간단하고 경험적이고 객관적인 수치에 기초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매체의 시사보도프로그램 도달률만 측정할 뿐 매체의 이용강도나 매체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단순히 도달한다고만 해서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이용시간이나 매체효과가 높을수록 매체의 영향력이 증가한다는 면에서 시사보도의 도달률뿐만 아니라 이용의 강도, 이용의 결과 등도 같이 특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도달률 산정에서 복수응답 자료를 이용할 경우 다중미디어이용자(media junkies)에 의해 수치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가 제안한 교환율 산정 방안은 매체교환율을 매체의 영향력의 비율로 보았다. 매체의 영향력이란 매체의 여론형성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방송법의 시청점유율 규제의 취지는 여론형성에서 지나친 지배력을 규제하는 것이므로 이런 정의는 방송법상의 규제취지와 잘 부합한다. 이 산정안은 매체의 영향력을 이용자 측면과 광고주 측면 두 가지로 파악하였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시사보도 이용율, 시사보도 이용시간, 입장의존도를 보아 이용자가 본 매체의 영향력 비율을 측정하였고, 광고주 측면에서는 두 매체의 광고비 비율을 봄으로서 광고주가 본 매체의 영향력 비율을 측정하였다. 매체의 기술적 특성을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매체의 특성이 이용자의 이용행태, 매체의 광고비비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체의 기술적 특성을 간접적으로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매체의 광고비 비율은 매체의 특성(소구력, 심층성, 양방향성, 신속성, 시의성), 도달률, 이용강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문은 심층성이 높은 매체이기 때문에 정보광고(information advertising)의 비중이 높고 TV는 소구력이 높아 설득광고(persuasive advertising)가 많이 집행되므로 TV와 신문의 광고비 비율은 매체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수치이다.
이 교환율 산정방안은 독일 KEK의 매체특성을 이용한 산정방식이 직접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매체 특성을 간접적으로 반영한 광고매출 지표를 사용하였고, 미국 FC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도달률을 이용한 산정 기법이 일정부분 사용된 방식이다. 독일의 매체특성 판정이 선험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비해서 이 방안은 광고매출 지표의 비교를 통해 객관성을 증가시켰고 미국의 FCC 산정기법은 단순히 시사보도 프로그램 도달률만을 산정한 반면, 이 방안은 이용시간, 의존성 등 두 요소를 추가로 산정하여 여론형성력 지표 정확성을 증가시켰다.
현재 미디어다양성위원회에서 제안된 산정방안은 일간신문 사업자가 TV방송시장에 진입할 때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등에 기초적 정책자료로 사용될 것이다. 현재 방송법의 시청점유율 규제정책과 현재의 교환율 산정방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변화하는 매체환경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 종이신문 구독률과 TV 수상기를 통한 TV 시청이라는 아날로그적 행위를 기반으로 한 개념에 기초한 규제이라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변화하는 매체환경에서 인터넷을 통한 신문 읽기, PC 웹캐스팅을 통한 TV방송 시청은 그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종이신문의 구독은 줄더라도 인터넷 PC을 통한 신문 읽기, 이동통신망과 단말기를 이용한 신문 읽기를 모두 커다란 의미의 신문 읽기로 획정한다면 그 신문의 영향력은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매체환경에서 여론지배력을 실효적으로 규제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등 변화하는 매체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 TV, 포털 등 소스가 여려 다양한 매체로 나나타날 때 그 다양한 매체간의 가중치와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영향력 지수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 개발 작업에는 많은 연구이론 검토, 경험적 선행연구 등이 필요하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의 차기 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