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방송계 전망과 과제

[신년특집] 2015년 방송계 전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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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곽재옥) 방송계 안팎에서 논의됐던 수많은 과제들이 2014년 세밑에 매듭을 짓지 못하고 대부분 2015년으로 이관됐다. 지난해 방송시장을 뜨겁게 달군 ‘통합방송법 입법’과 ‘700MHz 주파수 분배’ 등의 사안이 올해 상반기 내 처리 예정에 있으며, 최근 재점화된 ‘지상파 광고총량제 및 중간광고’와 ‘지상파 MMS’ 등의 사안도 해를 넘겨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방송계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또 어떤 방향이 흘러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전망과 과제를 살펴봤다.

   
 

▲ 정치·자본으로부터 독립 위한 ‘공공성’ 화두 = 지난해 방송계를 한마디로 진단한다면 ‘대혼란’이었다. 사업자 간 갈등의 구도가 입법기관과 규제기관에 영향을 미치면서 방송정책에 대한 입법활동과 규제방향을 흔들어 놓는 역할을 했다. 정치적으로는 ‘방송장악 불가’를 선언했던 박근혜 정권이 ‘방송장악정책’ 이외에 방송산업의 위기를 구제할 어떠한 정책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러한 여당의 의도적인 무기력함과 사업자 간 갈등구도 속에서 규제완화 정책기조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올해 방송계는 이러한 갈등구조를 벗어나 자본과 권력의 프레임을 변화시키기 위한 ‘공공성’이 화두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의견이다. 방송은 자본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방송구도를 만들어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 잃어버린 시청자의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라는 얘기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난해 시민사회단체가 끊임없이 규제기관을 움직이려고 했던 이유는 현재 방송에 대한 규제방향과 규제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라며 “원수가 오렴된 수도관은 어느 민간사업자가 맡아도 수질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론과 방송이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지배구조를 바꾸고 내부제작 자율성을 지켜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영방송사들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올 한 해를 시작할 전망이다. 오는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와 KBS 이사회, 9월 EBS 이사회가 교체되고, 11월에는 조대현 KBS 사장과 신용섭 EBS 사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개정한 방송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자문이나 고문 역할을 한 사람은 3년 동안 공영방송 사장이나 임원을 할 수 없게 돼 기존과 같은 ‘낙하산 인사’ 논란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정에서 정부여당추천인사가 방문진 이사회는 6대3, KBS이사회는 7대4로 여전히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담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정권과 자본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언론과 방송을 차단하는 것은 전형적인 외부개입으로, 지상파방송이 뉴스·시사 부문의 경쟁력을 잃고 신뢰가 하락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이사회는 방송사 내 최고의결기관인 만큼 공정하고 다양한 여론을 반영할 수 있도록 추천위원회를 신설하고, 추천위원회와 이사회 모두 엄격한 검증을 거친 상식적인 인물들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송의 공공성은 곧 시청자 복지” = 방송 영역에서 ‘공공성’은 곧 ‘시청자 복지’와 직결된다. 특히 방송계 현안 가운데 700MHz 주파수와 지상파 MMS(다채널방송서비스)의 경우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공적 섹터로서 시청자 복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시장경제 논리로 사업자 간 경쟁구조 속에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추 사무총장은 “정부와 규제기관은 공공재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공공성’과 ‘시청자 복지’라는 규제원칙을 확실히 세우고 시장영역에서 밥그릇이 줄어들었다고 반발하는 사업자들 앞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경쟁시킬 것과 공공성을 유지시킬 것들을 정확히 획정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원리원칙과 달리 700MHz 주파수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통신편향적 정책은 공공성이 아닌 효율성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이 사실이다. 2015년 미래부 예산안에서 2,080억 원 주파수 경매세입이 포함됐다 여야의원들의 질타로 국회 의결과정에서 감액된 데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모바일 트래픽 해소를 위한 주파수 대역이 700MHz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사실을 내부적으로 입막음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방통위가 EBS에 한해 1월부터 시범서비스를 허용한 MMS 정책은 700MHz 주파수를 통신 쪽에 배분하기 위한 ‘청와대의 밑그림’이라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난안전망을 제외한 700MHz 주파수 내 88MHz 대역에서 지상파방송이 UHD 전국방송을 위해 필요로 하는 주파수 폭은 최소 9개 채널 운영을 위한 54MHz 폭. 그러나 여기서 사후 EBS를 탈락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 소장은 “EBS에게만 MMS를 허용하는 부분에 대 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지만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지상파방송이 동일하게 MMS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그러려면 10여 년 전 MMS가 처음 거론될 때부터 제기돼 왔던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율 제고와 콘텐츠 경쟁력 확보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문제의 원인이 문제해결의 걸림돌 = 지상파방송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실적인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재정난을 극복하는 일이다. 지난해 지상파 광고시장 규모는 1조 9,000억 원을 밑돌아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10년 전과 비교해 75% 수준에 머물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이 중간광고, 재송신료, 수신료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 원점으로 돌아가 ‘공공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만다.

중간광고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 방통위는 중간광고를 제외한 채 지상파방송의 광고총량제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바람을 비껴갔다.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고총량제는 사실상 지상파방송사들의 광고수익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 사무총장은 “공적 영역이 지상파방송이 재원구조가 약화되는 문제는 막아야 하지만 지상파방송의 규제완화는 무료 보편적 시청권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구조”라면서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해 유료매체는 물론 시민들까지 반대하는 데는 정서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시청자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지상파방송사들의 열악한 재원마련을 위해 중간광고가 불가피하다고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 ‘노력하는 모습’이 신뢰회복 첫걸음 = 그런가 하면 공영방송사들의 이슈인 ‘수신료 현실화’와 관련해서는 숙원과제를 성사시키기 유리한 최대 적기가 바로 올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5년은 선거가 없어 여야 정쟁의 우려 없이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수신료 인상안이 방통위를 거쳐 국회로 넘어간 상태에서 올해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총선으로 국회의원이 교체되는 2016년부터는 다시 원점부터 재논의가 불가피하게 된다”면서 “다만 원칙적으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충족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이 얼마나 동조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배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당장의 재원마련도 어려운 지상파방송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이 같은 물음에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추 사무총장은 “공공성이라는 게 실체가 없는 것 같지만 쉽게 말해 국민의 눈치를 많이 보고 국민을 무서워하는 것이 공공성이 아니겠느냐”며 “지상파방송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장악된 지배구조에 저항하면서 기존의 신뢰와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소장은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간 분쟁에서 낮은 직접수신율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지상파방송사들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수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홍보하는 데는 너무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지상파방송이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로써 직접수신율이 제고된다면 UHD와 MMS, 재송신료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