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학교 선생님들의 일제고사거부와 그에 따른 파면 조치가 설왕설래된적이 있었습니다. 일제고사가 과연 필요한 것이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 만약 필요치 않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의 입장에서 지시받은 일을 이런식으로 거부하는 것이 과연 옳은것이냐 옳지 않은것않은 것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이 인터넷상에서 오고갔었는데 이러한 소위 ‘가치판단’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식으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른 판단은 다 일장 일단의 옳고 그른 면이 있어서 누구 의견만 최고로 옳다라고 말하기엔 여러가지로 어려운게 사실이죠.
어쨌든 상급기관의 지시를 어긴건 어긴거니 처벌은 들어가는게 맞는거고 – 그게 직장생활이고, 직장인이라는거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죄의 경중에 따라 무거운 죄에는 무거운 벌을, 가벼운 죄에는 가벼운 벌을 주는 것이 누구나 공감하는 원칙일텐데 대한민국의 교육부는 성추행범죄자는 가벼운 처벌로, 일제고사 거부/방조 교사에게는 해임도 아닌 파면이라는 최고의 처벌을 가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일제고사거부가 시말서 정도로 끝날 일인지, 혹은 이 결과대로 파면까지 가야하는 일인지 역시 사람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이 건만 따로 놓고 보면 파면을 시키더라도 그건 인사권자의 권한이지 누가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 인사권자의 권한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평성’을 전제로 해야만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과연 어느 누가 성추행범죄자는 학교로 복귀시키고, 일제고사 거부/방조 교사는 파면하는 이러한 일을 맞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둘 다 파면시켰다고 한다면 차라리 이해가 되었을겁니다.
이러한 일이 최근에 또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위 ‘떡볶이집’발언입니다. 한쪽에서는 현직 대통령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난리난리중이고 다른쪽에서는 발언이 왜곡되었네 어쩌네 하면서 또 난리난리중이죠. 한나라당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발언에 대하여 그렇게 반응하는 것 역시 이 건 하나만 따로 떼어보면 이해가 됩니다. 어쨌든 나라의 큰 어른으로서 대통령은 무시당하거나 비판의 탈을 쓴 막말을 들어선 안되는게 맞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나라당이 전임 노무현대통령 시절, 과연 어떤 발언을 해 왔었는지 한번 되짚어보죠. 인터넷 검색이 이럴땐 참 편하네요.
– 공산당식 독재정권의 수법과 다를 게 없다. 이런 사디스트 정권을 참고 따라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 (김영일, 6.15. 개혁주체세력 발언에 대해)
– "내게 투자하라"는 노 대통령의 말은 조직폭력배 두목보다 저급한 막말이며 공무원 편가르기, 줄 세우기를 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박종희, 6.15. 개혁주체세력 발언 논평)
– 복날 개장수(우리당)가 윤기나는 개 몇 마리 더 보내달라고 개 장수(대통령)에게 보채는 꼴 (이한구, 2.18, 대정부질문, 총선 징발론 관련)
– (노 대통령과 같은)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전여옥. 4.12. SBS 대토론)
남의 옷에 X이 묻은걸 욕하려면 먼저 자기 옷에 먼지가 묻어있는지를 보는게 올바른 순서일 것입니다. 예는 지금 이슈화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보니 한나라당으로 들었습니다만, 열우당도 뭐 그닥 떳떳하진 않을거라는 생각도 강하게 들구요. 서로들 욕하기 전에, 너 뭐 잘못했다고 하기 전에 본인들이 여당/야당 이었을땐 과연 어땠는지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보는게 어떨까요? 암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ㅋ. 이왕 말씀드리는김에 더 부탁드리자면, 나중에 언제든 야당/여당이 될 수 있는데, 정치적 공격은 하되 인신공격은 안하시는게 어떠실지? 일부 지지자는 시원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일부를 제외한 절대다수는 ‘뭐눈엔 뭐만 보인다’라는 말을 떠올릴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