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기자 / 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
지난 3월 2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북미 최대 이동통신전시회인 ‘CTIA 와이어리스 2010’이 개막했다. 개막식 기조연설 명단에 귀에 익은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J.K. Shin. 삼성모바일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이었다. 국내 휴대폰 단말기 업체 사장중 CTIA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신종균 사장 기조연설의 주제는 ‘스마트 라이프(Smart Life)’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 생활도 스마트하게 바뀐다는 것이었다. 기조연설에서 신종균 사장은 "스마트폰 판매량이 2013년 3억9300만대로 전체 휴대폰 판매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스마트폰은 더 이상 일부 얼리어답터들만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 사장은 "삼성전자는 앞으로 지역, 가격, 라이프 스타일 등의 벽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서 뒤쳐진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북미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S’를 선보였다. 올해 3분기에 출시하는 이 제품을 통해 삼성전자는 북미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흥미로운 것인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인 ‘갤럭시S’에 구글의 최신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2.1‘이 탑재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바다‘를 개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 제품에는 ’바다‘ 대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것이다. 북미 시장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예측한 바에 따르면 올해 북미 스마트폰 시장의 40%를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구글폰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북미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었던 블랙베리와 아이폰은 27%로 내려앉을 것으로 삼성은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반격이 심상찮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CTIA 전시회에서는 단말기 업체들은 애플에 대응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대거 선보였다. 대만의 휴대폰 제조사인 HTC는 첫 와이맥스 휴대폰인 ‘에보 4G’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모토로라는 최초의 푸쉬투토크(Push-to-talk) 안드로이드폰인 아이원(i1)을 내놨다. 교세라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지오(Zio) M600’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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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체인지웨이브(CHANGEWAVE)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향후 3개월내 스마트폰 구입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을 사고 싶다는 응답자가 30%를 차지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사고 싶다는 응답자는 29%를 기록해 안드로이드가 1% 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12월 똑같은 설문 조사를 했을 당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을 사고 싶다는 응답자는 21% 였고 아이폰을 사고 싶다는 응답자는 28%를 차지했다. 애플 아이폰이 구글 안드로이드에 비해 7% 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3개월만에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선호도가 아이폰을 앞질렀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모토로라와 LG전자가 ‘모토로이’와 ‘안드로원’ 이란 이름으로 각각 1종류의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았으나 애플의 아이폰에 가려져 소비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4월 이후 고사양의 안드로이드폰이 대거 출시될 전망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4월 중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모델명:SHW-M1001S)을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3.7인치 크기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화면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800㎒급 프로세서를 탑재한 고사양 스마트폰으로, 안드로이드폰으로는 세계 최초로 영상통화 기능을 지원한다. 지상파DMB, HD급 동영상 재생기능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탑재해 출고가격만 90만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LG전자도 빠르면 LG텔레콤을 통해 고사양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한다. 쿼티자판을 갖췄으며 3.5인치 화면, 지상파DMB 등을 탑재했다. 또 트랙볼 방식의 마우스를 탑재해 기존 스마트폰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팬택도 4월 중으로 신형 안드로이드폰 `시리우스’를 출시한다. 시리우스는 3.7인치 크기의 AMOLED 화면에 퀄컴의 1㎓급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을 장착했다. 영상통화와 지상파DMB 기능을 갖췄으며 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HTC도 5월 중으로 구글 넥서스원의 후속작으로 불리는 `디자이어’를 SK텔레콤을 통해 내놓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의 소스코드를 공개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유롭게 채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애플은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만 공개하고 있다. 애플은 그 자체로 제조사이면서 단말기 업체들과 경쟁하지만 구글은 제조사와 협력하는 모델을 취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