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Comm. & Tech. Lab 소장)
1928년 텔레비전이 세상에 처음 소개된 이래로, 흑백TV, 컬러TV를 거처 HDTV, UDTV, 그리고 3DTV 등을 개발하며 눈부신 텔레비전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40여년간 지속됐던 지상파 위주의 방송이 1995년 케이블 방송을 시작하면서 다채널 시대를 열기 시작했고, 그 이후 위성TV, IPTV에 이어 새로운 영상 콘텐트 플랫폼의 소개로 콘텐트의 유통 경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OTT(Over-The-Top), 스마트TV 등 그 이름도 다양하고, 이를 주도하는 사업자도 제조업자, 콘텐트 홀더, OS 플랫폼 등으로 기존의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은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이러한 미래의 불확실성은 콘텐트 홀더의 고민을 깊게 한다. IP기반 멀티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한 방송콘텐트의 유통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확대가 가져오는 콘텐트 생산과 유통의 변화는 어떠한지, 불확실성 시대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콘텐트 홀더들이 새로운 수익모델의 창발적 사고를 요구한다.
콘텐트 홀더들은 어떻게 하면 콘텐트를 다양하게 유통시킴으로써 ARPU(average revenue per user)가 아닌 ARPD(average revenue per device)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iPhone와 iPad, 안드로이드 마켓, 갤럭시탭, VOD 등 새로운 유통 경로가 생기고, 기존에 있던 유통방식은 더욱 세밀해지고 있다. 이제 영상 콘텐트 유통을 책임지는 자리는 영상 관련 전문가가 아닌 테크놀로지 전문가를 초빙하여 다양한 유통마켓에 맞는 적극적이며 개방적인 콘텐트 유통방식을 선보여야 한다. 시장 역시 한국이라는 좁은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온라인의 특징을 살려 한류의 열풍을 확대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나아가야 하며, 외국의 프로그램 역시 단지 지상파 또는 케이블 방송에서 끝내는 계약이 아니라 웹,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이용 가능한 계약을 이끌어야 한다.
케이블 사업자 CJ헬로비전이 곰TV를 인수하여 CJ헬로비전의 콘텐트를 웹상에서 실시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곰TV를 통해 VOD 콘텐트를 제공하는데, 특이할 점은 제공하는 52개의 채널 가운데 KBS와 MBC의 콘텐트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KBS의 경우는 1TV와 2TV를 모두 시청할 수 있는 반면, MBC는 지상파 방송을 볼 수는 없다. 콘텐트 유통을 자신만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의 Hulu, 영국 BBC의 iPlayer와 같은 보편적인 인터넷 서비스 확대를 모색해야 하며, 실시간, 유무료 VOD 서비스 통합 제공, 실시간 다채널 서비스 등이 가능한 플레이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급격한 주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넷플릭스(http://netflix.com/)는 PC 이외에도 100여종의 디바이스로 이용이 가능한 편리성으로 매우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월정액 이용자들의 60%는 각기 다른 디바이스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령 KBS의 경우는 디지털 콘텐트 유통사인 KBSi와 콘텐트를 보급하는 KBS 미디어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러한 구분 자체가 디지털 시대에는 적절하지 않은 조직운영의 예가 된다. OSMU 뿐만 아니라 OSMD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안이 필요하다.
멀티플랫폼 시대의 저작권 활용방안은 그중 가장 핵심 전략이다. 기존의 윈도우 모델에 기반한 홀드백(holdback)에 따라 콘텐트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유통 시장을 살리려면 콘텐트 홀더들이 이전처럼 자기만의 플랫폼을 고집한다던가, 고가의 비용을 요구하는 등의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다행이 최근의 흐름을 보면 세계 시장의 디지털 콘텐트 유통의 경향에 잘 맞춰 가는 예들이 보이고 있다. 가령, 콘팅(http://www.conting.co.kr/)의 경우도 방송사 최초로 DRM Free 콘텐트 제공을 통해 멀티 디바이스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구글이 불법 동영상 식별 기술인 비디오 IC(Video ID)를 통해 불법 동영상을 광고를 통해 합법화하고자 하려는 시도나 판도라TV와 SBS가 맺은 ‘방송 무료 스트리밍 협약’도 좋은 예가 되겠다. KBS와 SBS 방송 프로그램을 DRM없이 약 44개사 웹하드에서 공식 유통키로 한 금년 2월의 KBS와 SBS의 결정도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 유통 마인드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모바일에서 경험한 오픈 가든(open garden)의 파워가 TV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마트 TV가 보여주고자 하는 오픈 가든은 적어도 현재 우리나라의 TV 시장을 형성하는 월드 가든(walled garden)에 자극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한국에서 코드 커팅(cord cutting)이 이루어질 확률은 적다. 저가로 형성되어 있는 유료방송시스템, 무료콘텐트 제공 사이트의 보편화, 높은 지상파 방송 의존율 등으로 인해 미국과 같이 새로운 유료 방송 서비스가 쉽게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환경의 변화가 이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업자 역시 다양화되는 상황에서 면밀한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방송시장의 주도권을 통신사나 가전업체가 갖고 갈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