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 징수 꺼내든 대통령실…“공영방송 흔들지 말라” 반발

수신료 분리 징수 꺼내든 대통령실…“공영방송 흔들지 말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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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수신료 분리 징수 및 제도 개선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 징수 카드를 꺼내들었고,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흔들기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지난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2,500원으로 책정된 TV 수신료는 현재까지 40년 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시청료 거부 파동 등을 거치면서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고 있으며,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KBS와 EBS가 97:3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여러 차례 수신료 현실화 움직임이 있었고, 중간 중간 수신료 분리 징수도 화제에 올랐으나 정치권의 입장 차이와 신문‧종합편성채널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은 3월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 참여 토론’ 페이지에 ‘TV 수신료 징수 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은 “최근 대부분 가정에서 별도 요금을 내고 IPTV에 가입해서 시청하거나 넷플릭스 같은 OTT를 시청하는데, 전기요금 항목에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신료 통합 징수 방식을 두고 여러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수신료 징수 방식이 적절한지, 보다 합리적인 징수 방식이 있는지, 나아가 수신료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다음 날인 10일 성명을 통해 “중앙일보 기사 따르면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 국민까지 수신료를 내는 것이 맞느냐’며 수신료 분리징수 검토 지시를 내렸다 한다”며 “공영방송을 보는 사람만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은 취임 이후 점점 심해지는 공공성에 대한 무지를 바닥까지 드러낸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같은 공공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나 시장 실패의 논리가 아니라 누구나 필요할 때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의 보장”이라며 “공영방송 수신료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거쳐 낡은 방송법과 제도를 개선하며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신료에 대한 비판과 대안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수신료라는 공적 재원에 대한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보지 않고 징수 방식만을 바꾸겠다는 발상은 한 편의 풍자소설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마지막으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자신의 책임은 다하지 않고 ‘혈세’를 운운하며 수신료를 들먹일 시간이냐”며 따져 물은 뒤 “수십년 동안 이어진 공영방송의 정치적 구속과 압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할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다. 이 책임의 시작은 바로 국회에서 몇 달 째 체류 중인 공영방송 정치 독립 개선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3일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설명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법원에서도 통합징수가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대통령실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TV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목숨줄을 쥐어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바이든 vs 날리면’ 사태 때부터 시작된 MBC 탄압 사례에서 보듯이 이 정부는 그동안 자기 입맛에 맞지 않은 언론을 길들이고 억압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며 “정권의 공영방송의 흔들기가 MBC에 이어 이제는 KBS 차례인 듯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을 길들이고 탄압하는 군부독재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지향’을 멈추고 쓴소리에 귀를 여는 대통령실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