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2014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사전에 입수해 무단 사용한 혐의를 받은 손석희 JTBC 사장이 검찰에 출석해 9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손 사장은 검찰 조사 후 예정대로 <뉴스룸> 진행을 맡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3월 9일 오전 9시 손 사장을 영업 비밀 침해 혐의로 소환했다.
앞서 지상파 3사는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는 오랜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투입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영업 비밀’이자 ‘지적 재산’에 해당하는데 이를 JTBC가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며 JTBC가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전 도용한 것에 대한 고소장과 소장을 각각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7월 지상파 3사가 조사용역기관을 통해 만든 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입수해 무단 사용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손 사장 등 JTBC 관계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날 검찰은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자료 입수 경위와 무단 사용 지시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손 사장은 출구조사 자료를 부정하게 매입한 적이 없으며 무단 도용에 대해서도 출처를 명시해 인용 보도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사장은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상파 관계자는 “JTBC의 방송은 출구조사 결과를 사전에 입수해 놓고 그래픽 등 모든 방송 포맷을 준비해둔 것”이라며 “JTBC가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출구조사를 비공식적으로 확보해 미리 내보낸 것은 명백한 지적재산권을 침해”라고 비판했다. 조사를 진행했던 경찰 역시 “JTBC가 내부 시스템에 조사 결과를 입력해 사용한 시점에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손 사장은 선거 한 달 전 선거방송 담당자에게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사전에 입수하는 것을 전제로 방송 준비를 보고 받고 방송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JTBC가 출구조사 결과를 입수한 경위를 추적한 결과 모 언론사 기자 김모(38)씨가 그날 오후 5시 31분 동료인 또 다른 이모(30·여) 기자에게 SNS ‘카카오톡’을 통해 예측 조사 결과를 넘겼고, 이 기자가 다시 1분 후인 5시 32분 ‘마이피플’에 올린 내용을 JTBC 이모 기자가 회사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당시 모두 정치부 소속이었다. 경찰은 김 기자가 어떤 경로로 이 정보를 입수했는지 조사하려 했지만 김 기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아내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초기화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와 별도로 조사용역기관 직원 김모(46)씨가 모 기업 관계자인 또다른 김모(43)씨에게 예측 조사 결과를 흘린 사실도 적발됐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당시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끝나기도 전부터 SNS와 기타 매개체를 통해 유포되고 있었고 이는 출구조사가 시작된 이래 늘 있어왔던 일이다. JTBC가 이를 고의로 편취하려 했거나 부정하게 매입한 바 없다”면서 “굳이 사실 여부를 따지려면 비정상적으로 이미 유포되고 있던 경위에 대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생방송 진행 중이어서 인용 보도 과정에 지시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 있었던 손 사장에 대한 소환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손 사장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이번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법 처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