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지났지만…”기레기, 아직도 바뀐 것 없다“

세월호 참사 1년 지났지만…”기레기, 아직도 바뀐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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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이선 기자] 최근 언론이 세월호 참사 1주기와 관련한 뉴스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유족과 각계 전문가들이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언론보도 행태는 아직도 바뀐 것이 없다며 한 목소리로 쓴소리를 냈다.

 

4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왜곡된 언론보도를 되짚어보고 현재 언론보도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는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과연 사라졌나’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 표현의 자유 특별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는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정수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연구교수의 발제로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유승희 새민련 의원, 박영훈 목포MBC 기자, 임유철 독립PD,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세월호 참사 유족인 정혜숙 씨가 참석해 유족이 본 세월호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진술했다.

이날 정 교수는 언론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받아쓰기 저널리즘’과 왜곡보도 및 무(無)보도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있었던 언론보도의 부정적인 관행들, 당연한 것처럼 비판의식 없이 이뤄지던 것들이 세월호 언론보도를 통해 터진 것이라며 "일반인들도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하냐"고 의심했던 것들을 전문가인 기자들이 최소한의 상식적인 의심도 하지 않고 받아쓰기 했다는 것은 비의도적인 오보라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최근에 기자들이 언론보도 반성을 할 때 익명의 기자가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 그동안 아무런 얘기를 안 하다가 이제야 인양얘기를 꺼냈다"고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정부가 말하지 않고 진정성이 없으면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강구하고 촉구하는 게 언론의 기본역할인데, 그걸 안하고 입만 바라본 것"이라고 문제의식이 없는 언론의 모습을 지적했다.

더불어 정 교수는 의제설정 기능을 해야 하는 언론이 세월호 실종자·유족 및 특별법 보다는 구원파나 유병원 관련 기사를 중요하게 다루며 보도해야 할 이슈들을 무(無)보도, 즉 보도하지 않았거나 점차 배제하고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9일 금요일 지상파 3사와 JTBC의 저녁 종합뉴스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KBS ‘뉴스9’과 MBC ‘뉴스데스크’는 소비 위축과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톱으로 배치해 세월호와 무관한 뉴스를 주로 다뤘다. SBS ‘8시뉴스’는 청와대를 찾아간 유족들 내용, JTBC ‘뉴스9’은 세월호 수색작업 및 희생자 발견 뉴스를 중요하게 내세웠다.

또한 민언련이 2014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조사한 ‘세월호 참사 관련 방송 뉴스 보도 건수’ 보고서에 의하면 유대균 검거 관련 보도는 KBS 12건, MBC·SBS 14건, YTN 15건, JTBC 13건, TV조선 17건, 채널A 21이었으나, 세월호 특별법 및 유족 관련 보도는 JTBC 4건, TV조선 2건, KBS 1건을 끝으로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총 7건만이 보도됐다.

이러한 언론의 선별적 보도 때문에 국민들의 세월호에 대한 관심도도 점차 낮아졌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이용자들이 검색하는 단어 빈도를 수치로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세월호 검색 빈도가 가장 많았던 작년 4월 20일부터 26일까지의 수치를 100으로 봤을 때, 3개월 뒤인 2014년 7월에 세월호 검색 빈도 수치는 8, 유병언이 82였다. 세월호 참사 4개월 뒤인 8월 말에는 세월호가 4, 유병언이 2, 이병헌이 25였다. 그리고 11개월이 지난 올해 3월에는 세월호 검색 빈도 수치가 2, 태진아가 10이었다.

정 교수는 "그동안 유가족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보도되지 않았고,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는 맥락이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인양 금액, 배상금 등 돈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맥락이나 정보를 모르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유가족들이 편하게 있다가 돈 때문에 이렇게 행동한다”는 이상한 여론이 만들어져 국민들 입장에서 오해할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여론 흐름을 만든 언론에게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유족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한 정혜숙 씨도 "언론이 직업윤리의식과 소명의식을 잃어버렸다"며 "약자의 소리를 대변해야 할 매체들이 위정자들의 하수가 돼 그들의 손과 발이 됐다"고 세월호 참사 당시의 조작된 보도들에 대해 단호하게 지적했다.

기레기, 시스템 및 보도 환경에 원인 있어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보도 당시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 ‘기레기’가 형성된 원인은 개인적인 문제라기 보단 언론 보도 시스템 및 환경에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유철 독립PD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당시 보도 시스템이 궁금해서 KBS와 MBC의 선배들과 기자들에게 물어봤다며 시스템을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취재해서 아이템을 선정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9시 뉴스 같은 것들은 급박해서 전날 밤에 (아이템이) 결정되고 주로 위에서 내려온 걸 현장에서 그림을 만드는 식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계차를 타는 사람이 입역할을 하는데, 이 사람에게 외부 기자들이 취재한 걸 넘겨줘야 하는데 그 고리가 없다. 이 사람은 상상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며 "이 사람은 문제의식 자체를 가질 수가 없다. 디테일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영훈 목포MBC 기자 또한 "기레기라는 것이 과연 기자 개인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며 "현재 국내 언론을 둘러싸고 있는 언론의 현실이 어떤지 언론사 환경과 지배구조 주변을 면밀히 바라보고 개선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수영 성균관대 교수도 언론 현장에 대해 "수많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곳이라서 끊임없이 시청률과 클릭수로 경쟁해야 하고 상업성과 선정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하며 "주체들의 관심과 의식개선이 되지 않으면 어느 하나를 고쳐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혜숙 씨는 ‘기레기는 사라졌나?’는 질문에 "제목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기레기는 변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오히려 맞다고 생각한다"며 "기레기가 사라졌는지 물을 수 있게끔 언론이 과정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