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재정적 독립 없이는 공영방송도 없다
KBS가 오는 7월부터 수신료 분리고지 및 징수에 들어간다고 밝힌 가운데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신료 통합징수를 골자로 한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6월 24일 대표 발의했다. 정쟁의 한복판으로 떠밀린 공영방송의 정치적‧재정적 독립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한 방송법 일부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지난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책정된 2,500원의 수신료는 우리나라 방송 산업을 지탱해온 한 축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K-콘텐츠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가 공공성과 상업성 속에서 중심을 잡아오며 방송 콘텐츠의 기초를 다져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수신료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재원에서 기인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수신료 현실화를 놓고 고민했었다. 현재 월 20,000원가량인 신문 구독료, BBC 수신료 등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느닷없이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이슈를 꺼내 들었고 수신료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었던 공영방송은 하루아침에 공적책무는커녕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KBS는 올해 초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재원 감소로 1,400억 원대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지난해 약 7,000억 원이었던 수신료가 올해 전년 대비 2,613억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KBS의 재원이 감소하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까?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영역은 상당히 넓다. 국가기간방송으로 전국 송‧중계시설을 유지 및 보수하고 있으며, 산간벽지와 도서지역 난시청 해소 등 수신서비스 개선도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재난‧재해 시 방송, 장애인을 위한 자막 및 수화방송‧장애인 앵커 기용 등 사회적 약자 배려와 지원, 국제방송과 한민족방송 등 국내외 서비스,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방송기술 발전 및 적용, 교육방송 지원 등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영향은 곧 국내 방송‧영상 산업의 미래가치까지 이어진다.
통합징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1994년 도입된 위탁징수제도는 소액의 수신료를 납부하기 위해 별도의 고지서를 발급받아 납부해야 하는 국민 불편함을 해소시켰고, 징수비용을 낮춤으로써 수신료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보편적 서비스 실현과 다양한 방송 서비스 제공 등 공적책무 수행에 있어 재정적 기반 확충이라는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런 제도는 오히려 콘텐츠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
이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22대 국회가 시청자만을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한 방송법 일부 개정안 추진에 나서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