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케이블에 달렸다고?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케이블에 달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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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디지털 전환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현황과 더불어 합리적인 수단을 제시해 보려 한다. 이제 D-100의 카운트도 돌파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디지털 전환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동시에 이 미묘한 정국에 열린 정책포럼 하나가 눈길을 끈다. 지상파 방송사가 중심이 되어 전국 디지털 전환 D-100을 기념하고 축하하던 바로 그 시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한 디지케이블비전포럼이다.

지난 20일 오후 2‘2012 광주 ACE Fair’의 부속행사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케이블비전포럼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바로 케이블 방송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클리어쾀 도입이었다. 이에 포럼에 참석한 정인숙 가천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전환 활성화를 위해 PP사업자 및 SO 지역채널의 HD 송출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디지털전환특별법을 개정하거나 또는 유료방송디지털전환특별법을 제정해 유료방송 디지털전환 책임과 그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발제를 한 김기현 JCN 울산방송 대표는 사전 배포된 발제문을 통해 디지털방송 전환의 실질적 완성을 위해서는 공동주택 시청자들을 위해 가장 확실한 공시청 설비지원과 유지보수가 가능한 사업자인 케이블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아울러 클리어쾀(Clear QAM) 도입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미디어 전문가들은 케이블 디지털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는 한편, ‘클리어쾀을 통한 전환 활성화를 추구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며 이러한 주장의 기본이 되는 논리는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열쇠는 케이블에 달려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대한민국의 미디어 환경은 낮은 지상파 직접수신률과 유료 매체의 난립으로 인해 기형적인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유료 매체들은 자신들의 높은 점유율을 이유로 정부의 디지털 전환 예산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이런 부분에는 시민단체들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20일 열린 긴급진단:미래방송 지상파 방송이제는 길을 찾자 세미나에서 한석현 YMCA 팀장은 현재의 디지털 전환은 직접수신 10%를 위한 디지털 전환일 뿐, 확장성이 없다고 혹평한 바 있다. 이러한 한 팀장의 상황 판단은 케이블의 논리인 디지털 전환의 성공은 케이블에 달려있다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자면 90%의 지분을 가진 유료 매체에 디지털 전환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지상파 방송사의 무료 보편적 디지털 전환 로드맵 앞에서 여실히 무너지고 만다. 바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다. 이 두가지 로드맵이야말로 현재의 왜곡된 미디어 환경을 바로잡고 모두가 바라는 긍정적인 시청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상파 방송사는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지만 유료 매체의 입김에 휘둘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결정은 여전히 답보상태며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도 현재 비리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최시중 씨가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통신사에 상하위 기습 할당 해버린 상태다.

 

   
 

한 번 정리해보자. 현재의 기형적인 미디어 환경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변명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미비한 투자도 분명 원인이지만, 케이블 업체의 불법적인 마케팅도 한 몫 했다는 사실 말이다. 실제로 디지털 전환 정국을 맞아 케이블 업체의 불법 영업으로 인한 방통위 적발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CJ헬로비전 4개사와 티브로드 계열 3, 현대HCN 계열 2개사 등은 디지털 전환을 미끼로 불법적인 영업을 일삼아 과태료 처벌을 받은바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국민의 시청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주장은 못한다. 하지만 최소한 전국 디지털 전환을 맞아 지상파 방송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히든 카드가 있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700MHz 대역 주파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케이블 업체는 뒤로는 이러한 무료보편의 히든 카드를 쓰지 못하게 강하게 압력을 행사하면서 앞에서는 무료보편의 서비스를 못하는 지상파 방송사를 비판하며 자신들이 돈 받고그 일을 대신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어리석은 상황판단이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는 케이블에 있는 것이 아니다DTV전환감시시청자연대의 디지털 직접수신 환경 실태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난시청 문제만 해결되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겠다고 답변한 사람이 60%가 넘는다는 것은 지상파의 경쟁력이 확고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로드맵도 마련된 상태다. 물론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경우 직접수신률이 낮은 현재의 상황을 문제삼고 의구심을 가지는 시민단체도 있지만, 직접수신률과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닌 함께 현실화 시켜야 하는동반자적 현안임을 이해했을 때 사안은 더욱 명확해진다.

여담이지만 클리어쾀은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아닌, ‘그냥 디지털 방송을 보게 해주는 정도인 기술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을 방통위가 나서 제조사와 케이블 업체를 연결해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으니,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동시에 위성방송과 IPTV의 강한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는 진정한 시청권 보장을 위해 전향적인 정책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10년 동안의 의무재송신 논란에서 추론할 수 있었던 케이블 업체의 이중성도 개인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런 해괴한 행태를 일삼는 케이블 업체를 중심으로 과연 시청자 중심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겠는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