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잦은바위골에 있는 50폭과 100폭

설악산 잦은바위골에 있는 50폭과 100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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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백영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빙벽등반을 즐기는 산악인들은 얼음을 즐기는 장소를 찾기 마련이다. 그중 에서도 자연적으로 형성이 되는 폭포의 빙벽을 등반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추운 겨울이 싫지만 빙벽애호가들은 추운날씨가 계속되어 폭포가 두껍게 얼기를 기다린다. 물론 서울 근교에 빙장이 몇 군데 있지만 빙질이나 크기에서 만족을 하지 못하여 설악산을 한번쯤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몇 해 전 설악산을 찾게 되었다. 설악에서도 접근성이 용이한 토왕폭, 대승폭이 주를 이루지만 이번에는 접근성이 어려운 곳으로 등반대장의 추천아래 상단 높이가 100여 미터라 하여 100폭이라 불리고 하단 높이가 50여 미터라 하여 50폭이라 불리는 잦은바위골에 있는 폭포를 가기로 하였다.

 금요일 저녁 9시 정도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미시령 고개의 휴게소에 도착하니 한밤중의 울산바위 모습은 웅장함 그 자체였고 드디어 설악산에 도착한 것이 실감났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설악동 매표소 입구에 도착하여 미리 국립공원사무소에 신고한 등반허가서를 매표소 근무자에게서 받은 후 비선대 대피소를 향했다. 비선대에 도착하니 장군봉과 적벽 사이로 둥근 보름달이 떠있는 보습을 보니 선녀들이 내려올 만한 곳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감탄하게 되는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경이었다. 비선대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로 40여분 정도 올라가면 우측으로 잦은바위골입구의 계곡이 나타난다. 그 곳은 일반등산로가 아니기에 등산로 폐쇄 및 출입금지 구역이다. 우리는 안내표지판을 뒤로하고 계곡을 1시간여를 오르니 모두가 피곤한지 조금 쉬어가자고 하자 대장이 두 시간 정도 비박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다들 배낭에서 침낭을 꺼낸 후 비박을 하니 산중에서의 잠시나마 꿀맛 같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기상을 알리는 목소리와 함께 침낭에서 나오니 우리들 주변이 온통 흰색의 눈으로 덮혀 있었다. 다시 배낭을 꾸린 후 목적지를 향해서 나아갔다. 어느새 목적지 100미터 전방까지 도착하니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계곡을 돌아 들어가니 멀리 100폭의 상단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10여분을 더 올라서니 드디어 우리가 등반할 목적지인 50폭과 100폭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쉽사리 세상에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여인의 모습과 같이 주위로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어서 겨울 설악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긴 시간을 기다려온 보람이 있어 이곳까지 왔으니 빨리 얼음을 찍고 싶은 욕심에 각자 장비를 챙기기에 바빠 보였다. 등반준비가 된 후 대장이 먼저 50폭의 빙질을 확인 해본 후 우리에게 알려준다. 좌측 부분은 아직 물이 흐르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니 우측으로 두껍게 얼어있는 부분으로 오전 등반을 하기로 결정 하였다. 모두가 얼음을 찍는 바일의 손맛을 크게 느끼는지 연신 즐거워하지만 안전등반을 위한 몸동작은 다들 신중하게 한발 한발 위로 향하며 높이가 높아질수록 긴장하는 모습과 낙빙을 만들지 않으려는 신중함도 옅보인다.

한쪽에서는 이제 빙벽등반에 입문한 회원을 위하여 대장이 낮은 빙폭에서 바일, 아이젠을 사용하는 법과 몸동작 그리고 자세를 상세히 가르치느라 정신이 없다. 1시간여를 교육받은 입문 회원은 톱로핑으로 확보가 된 상태에서 안전하게 등반을 시작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회원들의 응원과 본인의 열정으로 설악에 와서 처음으로 빙벽을 즐긴 회원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면서 이런 느낌과 즐거움이 있기에 겨울산을 찾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며 다음에는 월악산 신선폭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오전은 이렇게 50폭 등반을 마친 후 점심식사를 하고 100폭에 올랐다.

대장이 먼저 100폭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우리들에게 모두 오라고 한다. 현재 얼음을 바일로 찍었을 때 단단함이 약하고 물길이 형성이 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안전에 위험한 상태라 100폭 등반을 포기해야 한다고 모두에게 설명했다. 모두가 아쉬움이 많지만 무엇보다 안전하게 등반을 마치는 것이 우선이기에 대장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고 100폭 하단에서 눈싸움과 기념촬영 등으로 시간을 보낸 후 비선대 산장으로 하산을 하였다.

산장에서 저녁을 먹으며 술잔을 나누는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중간크기의 코펠에 소주를 부어서 돌아가면서 술을 마시는데 주량이 되시는 분들은 많이 마시고 못 마시는 사람은 옆 사람에게 넘기면 되는 술자리(일명: 알파인 주법)이기에 모두가 부담 없이 하루를 평가했다. 아쉬웠던 점이나 앞으로는 해보고 싶은 산행 등을 얘기하는 문화는 등반인 으로서 갖추어야 할 면이기도 하다.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나 환경 등을 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작은 것이나마 스스로 변화를 줄려고 할 때 얻는 성취감과 보람은 상상이상으로 나에게 큰 활력소를 주며 긍정적인 사고와 밝은 모습을 스스로 느낄 수 있기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집사람은 저에게 시간이 되면 산악회 회원들과의 많은 곳을 다녀보고 경험을 하라고 합니다. 그런 저의 모습이 보기 좋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