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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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후배



편집주간/ SBS기술팀 부장 박 성 규

 

점점 세월이 흐를수록 선배보다는 후배가 많아지고 있다. 선배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후배에 대한 생각도 많아지고 있다. 내 모습은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지 걱정되기도 한다. 처음 방송국에 입사했을 당시 일을 가르쳐주고 나누어주었던 고마운 선배들의 모습이 필름처럼 머리 속에서 지나간다. 방송 일에 종사하다 보면 어느 직종보다도 선배라는 호칭이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난히 선배와 후배 사이를 많이 따지는 것은 도제식으로 내려오는 일의 분담과 학습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방송은 국민 모두에게 보여지는 것이므로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크다. 그러다 보니 철저하고 호되게 선배로부터 일을 배우고 인정 받아야 방송의 작은 부분부터 참여하게 된다. 한 컷 혹은 단 1초의 사고도 용납될 수 없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라도 잘못 나가면 국민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철저한 책임감부터 배우게 된다. 방송일 자체가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하나의 컷일지라도 다양한 직종과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합쳐져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통제와 협동이 필요하다. 선배로부터 호되게 책임감과 완숙함을 배움으로써 맡은 일에 대한 무한책임을 질 수 있는 프로 한 사람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후배는 선배로부터 책임과 일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배우게 되고 인생도 배운다. 그저 권위와 직위만을 앞세우고 후배 사랑보다는 위로만 충성을 다하는 선배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의 세상을 위해 철저하게 기술과 지식을 독점하고 나눔이 없는 선배도 있고, 힘있는 상관에게 줄을 대서 오래 살아가는 조직사회를 가르치는가 하면, 충성으로써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출세의 길도 일러주는 선배도 있다.

 

그러나 하염없이 방송의 미래와 후배의 성장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선배도 있다. 실력을 배양하여 진정한 프로가 되는 법을 일러주고,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결국은 직장과 사회를 건전하게 하는 것이고, 평생 맡은 일에 대한 흥미와 집념을 갖고 성장해 나가도록 후배를 끌어주는 선배도 있다.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선배로부터 인정 받고 후배로부터 존경 받는 사람이 되는 것임을 몸으로 알려주는 진정한 선배도 있다.

 

옆 지면을 통해 글을 남기는 SBS의 박오종 선배는 후배를 앞에서 끌고 가는 선배가 아니고 후배의 곁에서 일과 미래와 인생을 가르쳐주고, 어떤 때는 뒤에서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밀어주던 후자의 따뜻한 선배였기에 8월에 정년퇴임을 하는 선배에게 그간의 감사의 마음을 짧은 글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