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책임 떠넘기는 정부…국민 민원은 뺑뺑이

[국정감사] 서로 책임 떠넘기는 정부…국민 민원은 뺑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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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방미통위 ‘떠넘기기’ 경쟁…핑퐁민원 1년 새 약 12배
방송 업무 일부만 옮겼는데, 통신요금·부가서비스 민원에서도 처리 혼선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명분으로 단행된 정부조직개편이 오히려 부처 간 책임 회피를 부추기는 구조적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경우 두 기관을 모두 거친 핑퐁 민원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5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12배에 달했다. 효율성을 높이겠다던 조직개편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늑장 행정과 혼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10월 21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기관 간 이송이 3회를 넘고 그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와 방미통위를 모두 거친 민원은 지난해 1~9월 47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556건으로 늘어 11.8배가 됐다. 같은 기간 국민신문고 전체 핑퐁민원이 49,319건에서 61,271건으로 1.2배가 된 것과 비교하면, 두 기관을 거친 핑퐁민원의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제공: 김선민 의원실

다른 기관 없이 과기정통부와 방미통위끼리만 3회 넘게 민원을 주고받은 경우도 13건에서 131건으로 약 10배가 됐다. 두 기관을 거치고도 결국 한국소비자원·경찰청 등 제3의 기관이 최종 처리한 핑퐁민원도 2건에서 139건으로 늘었다.

반복 이송으로 처리가 늦어진 민원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30일 신청된 이동통신사 유료 부가서비스 불법 가입 피해 민원은 방미통위 7회, 과기정통부 6회를 포함해 모두 16차례 이송됐다. 처리가 끝난 것은 신청 40일 만이었다.

노후 데이터센터의 저장장치 장애로 고객사 292곳의 데이터가 영구 소실된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용자 보호조치 실태조사를 요청한 민원이 두 기관 사이를 떠돌았다.

지난 9월 5일 최초 신청된 이 민원에 대해 방미통위는 “특별법적 성격을 지닌 클라우드컴퓨팅법이 우선 적용된다”며 과기정통부 소관이라고 했고,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실조사·시정조치 권한이 방미통위에 있다”며 되돌려 보냈다. 민원은 9월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두 기관 사이에서 7차례 이송됐다. 마지막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입해 처리기관을 강제조정했다.

지난해 10월 조직개편으로 과기정통부가 맡던 방송 업무 일부가 방미통위로 넘어갔다. 하지만 통신 업무는 그대로다. 그런데도 통신 요금이나 유료 부가서비스, 단말기 판매 관련 민원까지도 두 기관 사이의 처리 혼선이 나타났다.

의원실에 따르면 두 기관은 조직개편 후 약 8개월이 지난 뒤, 처음으로 공식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때까지 두 기관을 모두 거친 핑퐁민원은 이미 481건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는 AI·OTT·디지털 규제 등을 논의했을 뿐 반복해서 돌려보내는 민원을 어디서 맡아 처리할지는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제출 자료만으로는 핑퐁민원이 왜 급증했고, 8월 이후 왜 줄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국민신문고의 민원 배정 기준, OTT처럼 직제상 경계가 모호한 업무, 각 기관의 소관 판단 과정 중 어디에서 민원이 막혔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업무 일부를 옮겼는데 통신 민원까지 두 기관 사이를 떠돌고 있다”며 “두 기관이 서로 자기 업무가 아니라며 국민에게 큰 불편을 떠넘기고 있어 깊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기정통부와 방미통위는 공식 협의회를 통해 핑퐁민원이 왜 늘었는지 원인부터 분석해야 한다”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민원 소관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담당이 불분명한 민원은 공동으로 처리하는 체계를 즉시 마련해 더 이상 국민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