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비 국산화 계획, 새로운 환경구축이 우선
편집주간/SBS기술팀 부장 박성규
“방송장비 국산화계획”, “방송장비 고도화계획” 등 최근 거창한 방송관련 국가 정책과 계획들이 속속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있다. 그런데 “4대강 살리기 계획”이나 “대운하 추진계획” 등과 같이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 판단해 봤을 때 불안한 생각이 먼저 들어오는 것은 왜 일까?. 우리의 기술과 지식을 통해 새로운 방송장비가 만들어지고 세계에 수출까지 하겠다는 계획 자체는 분명 반갑고 즐거운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장비가 세계에 알려지고 신뢰성을 갖자면 엄청난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어느날 우리들 생각엔 최고의 오디오 믹싱 콘솔을 만들었다고 해도 세계의 방송사들이 믿고 사갈 수 있는 날은 언제가 될까? 우리도 VTR을 만들고 스튜디오 카메라를 만들 수 있다고 치더라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방송장비가 될까?. 이러한 생각을 해 보면 무섭고 앞날이 캄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HD모니터를 비롯하여 일부 국산 방송장비가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예도 있는 것을 보면 어려운 일만도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도 든다.
방송장비 하나 하나를 외산에서 국산으로 만들고 대체하겠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방송환경 자체를 현재의 수준에서 첨단의 수준으로 바꾸겠다고 생각하면 장비개발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고 외국보다 앞서게 된다고 본다. 그 예로써 DMB환경을 들 수 있겠다. 물론 방송사 수익면이나 전송망 구성 차원에서 보면 방송사가 엄청 손해 보는 방송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DMB 송출장비도 그다지 국산장비가 많지 않으며 핵심장비는 모두 외국산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세계 최초의 DMB 이동수신망을 구축한 나라가 됨으로써 DMB를 보러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고 시스템 문의가 그치질 않고 있다. 이렇듯 새로운 환경 구축이 선행되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거나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환경구축이란 어떤 것이 있겠는가? 먼저 조건이 있다. 가장 효과적이면서 방송사나 시청자 모두가 희망하고 기대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시청자가 절실히 원하거나 방송사가 희망하지 않는 엉뚱한 환경구축 방향으로 국가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국가적 낭비와 국민적 손해를 끼치게 되므로 상업적 산업적 측면만 생각해서는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 국가가 추진한 지상파방송 환경은 방송사나 시청자가 추구하는 환경이 못 되거나 무시됨으로써 시청자 수신환경에 불편을 주거나 정당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환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 예를 들어보면 SFN이 안 되는 DTV방식은 주파수를 비효율적으로 잡아먹고 수신환경개선에 장애가 되고 있다. MMS서비스 불허는 방송사의 다양한 형태의 부가서비스 제공을 막고 있으며, DMB는 DTV와 별도의 송.중계기 구축으로 인해 방송사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현재도 3D 입체TV가 마치 방송의 미래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여 차세대 방송 얘기만 나오면 3DTV부터 꺼내는 발상부터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3DTV는 특수한 콘텐츠의 일부에 적용될 기술이지 미래의 방송기술 전부는 아니다. 그보다 우선하여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수신환경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기술환경이 먼저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가 흔히 디지털TV는 당연히 Delay가 발생하게 된다는 고정관념부터 깨고, Real Time DTV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도 세계를 앞서가는 것이 될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인터넷망과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손쉽게 뉴스속보 영상을 방송사로 전송하거나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영상을 전송하는 환경 구축도 앞서가는 기술환경이 될 것이고, CH52번 이후로 회수하려는 TV채널을 마라톤 중계나 골프중계를 비롯하여 도심지 이동중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방송중계용 주파수환경으로 재분배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기존에 이미 나와있는 외산장비들을 하나하나 국산으로 바꿔보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장비의 신뢰성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기는 방송제작.송출 환경에서는 긴 세월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 보다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서 방송사나 시청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환경변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기술과 장비에서 앞설 수 있어 오히려 승산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