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초고화질(UHD) 방송과 함께 차세대 방송으로 주목받던 3D 방송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BBC가 3D 방송 사업을 접은데 이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3D 방송 사업을 진행해온 KT스카이라이프가 3D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3D 방송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9월 15일 3D 영상 전용 채널인 ‘스카이 3D’ 운영 중단을 선언하면서 연내 3D 방송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3D 전용 채널을 운용한지 약 5년 만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3D 방송 주파수를 UHD 방송 주파수 대역으로 활용해 UHD 방송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KT스카이라이프가 3D 방송 중단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아바타>로 3D 돌풍이 불었지만 ‘아바타 열풍’ 이후 3D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2010년부터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 3D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기대만큼의 시청자 층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3D 방송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지난 2010년 1월 3D 전용 방송을 시작했지만 3D 방송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2012년부터는 유료 방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기존 콘텐츠를 재방송 하는 형태로 채널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인 ESPN과 영국의 BBC에서도 3D 방송을 중단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3D 사업이 침체일로를 걷자 올해 들어 KT스카이라이프도 3D 방송 중단이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보급형 등장으로 인한 UHD TV 판매 증가가 콘텐츠 부족, 안정성 문제 등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와 겹쳐 KT스카이라이프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콘텐츠 부족 문제는 3D 인기 하락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일반 프로그램에 비해 2~3배의 제작비가 투입되어야 하고, 제작기간 역시 2~3배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3D 콘텐츠 확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3D 열풍이 불었다”면서 “3D 열풍이 한창 불 당시 방송계에서 3D 콘텐츠를 제작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용 안경을 껴야 하는 불편함과 눈의 피로로 문제도 3D 인기 하락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차세대 방송으로 UHD 방송이 등장했고, 보급형 UHD TV가 나오면서 UHD 방송이 전 세계적 대세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 박람회를 가보면 다 UHD 밖에 없다. 제조업체에서도 이제 더 이상 3D TV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UHD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몇몇 전문가들은 “무안경 3D 기술도 초읽기에 들어갔고, 3D TV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홀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만큼 3D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은 아직 이른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3D 방송 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3D 방송 산업의 앞길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