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최근 KBS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내외적으로 뜨겁다. KBS와 EBS,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등은 하루빨리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배 구조 개선과 함께 공영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투명한 경영을 확보할 수 있다면 수신료를 올려도 된다고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청자들과 국민 여론은 수신료 인상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매체와 미디어의 발달로 TV를 많이 보지 않기도 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2500원에서 4000원으로의 인상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그럼 81년 신문 값 기준으로 책정된 수신료가 왜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필자는 그 원인이 KBS나 방송 관련 정부기관, 국회가 정말 수신료를 올리고자하는 진정성이나 절박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하나씩 짚어 보자.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뉴스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공영방송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공정한 보도와 사회 현상의 여론을 주도하는가? 시청률에만 급급하지 않는 참신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하고 있는가? 기존 지상파라는 플랫폼과 더불어 다양한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콘텐츠를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경영진은 내부구성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에 합의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물론 이런 노력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또 외형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축소된 광고 수입으로 인한 공영방송의 기형적인 재원 구조뿐이다.
방송 관련 정부기관이나 정치권은 어떤가? 재정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국민들에게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수행하는 공영방송의 위상과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방송의 공정성, 독립 거버넌스 문제가 제기되면 침묵으로 일관한다. 반대 진영이 제기하는 지배구조개선 방안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치권 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연초의 조세 문제나 메르스 등 악재로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수신료가 70% 이상인 선진국 공영방송에 비해 KBS는 38%라는 기형적인 재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KBS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한다 해도 다매체와 뉴미디어로 분배된 광고 시장의 옛 영화는 회복할 수 없다. 또 다채널 방송을 통해 무료 보편적 시청권을 확대하고 차세대 서비스인 고품질의 UHD 방송을 시작하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KBS나 방송 관련 정부기관에서 진정으로 수신료를 올리고 싶다면 생각의 관점을 자기 중심에서 국민, 시청자로 옮겨야 한다. 정말 시청자 입장으로 돌아가 수신료를 올리면 어떤 혜택이 주어질지 고민해 봐야 다. 신뢰성 있고 가치 중심적인 보도와 유익하고 공익적인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볼 수 있다면 시청자나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앞장서 수신료 올려달라고 정부에 청원하지 않을까. 또 한전 통합 징수에 이견을 제시하고 수신료 거부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행동은 진정 그들이 KBS를 싫어함이 아니고 오히려 더 공영방송의 역할을 잘하라는 애정 표시라 한다면 너무 억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