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방송 미디어 엔지니어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

[사설] AI 시대 방송 미디어 엔지니어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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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장진영 SBS 방송기술인협회장/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최근 오픈AI에서 o1이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AI 모델(프로젝트명: 스트로베리)를 발표했다. 트랜스포머 기반의 기존 LLM과 이번에 공개된 o1의 가장 큰 차이점은 LLM이 대량의 데이터 학습을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단어를 유추해 내는 방식인 데 반해, o1은 보다 강력한 강화학습과 더불어 생각의 사슬이라는 새로운 훈련 방식을 통해 사람처럼 사고하고 분석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인정했듯, o1이 아직은 초기 단계고 일부분의 결함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지만 o1이 AI 발전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AI 개발이 AGI(범용인공지능) 이라는 궁극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이정표가 되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o1이 기존 LLM 기반의 AI 모델의 약점이자 한계로 지적되었던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는 점도 인상적이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다. GPT-4o가 공개되고 AI와 사람이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기존 LLM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AI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오픈AI와 경쟁 중인 구글, 앤트로픽 등 다른 AI 기업들도 o1과 같이 추론 능력을 강화한 AI 모델 개발에 나서겠다고 하니 이 분야 성능 발전의 속도도 LLM 못지않게 빠를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한편 방송 미디어 분야에서도 AI는 뜨거운 감자다. 다큐멘터리, 예능, 드라마, 뉴스 등 분야별로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실험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방송사들은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편의 하나로 AI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OTT의 등장과 더불어 격화하고 있는 콘텐츠 수급 경쟁 속에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방송광고 시장 침체와 더불어 방송사의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AI 기술을 통해 기존의 방송 콘텐츠와 관련한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자 하는 고민은 방송 미디어 엔지니어로서 필연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AI 기술은 다양한 방송 미디어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며 이미 방송 현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 중인 기술도 있다. 이를테면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마다 실시간 자막을 생성해 낼 수도 있고, 영상인식 기술을 사용하면 특정 인물이나 장면을 자동으로 인덱싱해서 향후 콘텐츠를 검색할 경우나 미디어 아카이브를 관리할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외 실제 아나운서, 기자의 음성을 학습한 AI가 제한적으로 뉴스 앵커 역할을 수행하거나 사내 안내방송을 하는 사례도 있고, AI의 도움으로 저화질 구작 영상을 고화질 영상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AI 도입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콘텐츠 제작 분야임에 틀림없다. 방송 콘텐츠 특히 드라마의 경우 여전히 많은 인력과 예산 그리고 수많은 제작 단계가 요구된다. 몇몇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수 시간 동안 수십 명 이상의 인원을 동원하는 등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향후에는 전체 분량 중 일부만이라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좀 더 쉽고 빠르게 원하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라(SORA)와 같은 최신의 영상 생성 AI라고 하더라도 아직은 제작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는 프롬프트 명령을 기반으로 작업을 수행하는데 프롬프트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프롬프트 명령만으로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행동, 섬세한 감정 표현 등을 실제 배우처럼 자연스럽고 일관되게 표현하는 것은 아직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생성형 AI와 관련해서는 저작권, 초상권 등과 관련한 법적인 권리와 윤리적인 문제, 일자리와 관련한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렇듯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온 AI이지만 방송 현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 AI 기술이 여전히 와닿지 않거나 마음 한켠으로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기술의 진화를 거스를 수 없고 AI 기술의 발전을 피할 수 없다면, 미디어 AI를 미래 방송기술의 핵심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고 이를 준비하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방송 콘텐츠 제작 송출 유통 각 단계에 미디어 AI를 어떻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방송 미디어 엔지니어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