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미디어

[사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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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재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지난해 4월 중국 장시성 난창시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학우(Jacky Cheung)의 콘서트. 5만 명의 관중으로 꽉 들어찬 공연장에서 범죄 혐의로 수배 중이던 한 남성이 공안에 의해 검거됐다. 그를 잡아낸 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기술의 하나인 얼굴 인식 기술이었다.

바야흐로 AI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2016년 혜성처럼 등장해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더니 무서울 정도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며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데이터’와 만나 수익까지 창출해내기 시작했다. 대표적 기업인 아마존, 구글 외에도 맥도날드, 월마트, Paypal, Siemens 등 많은 글로벌 업체가 AI와 이 AI가 분석해 낸 데이터에 의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내 미디어 기업의 ‘공공의 적’인 넷플릭스는 AI에 의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생성한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서 수억 달러 이상의 추가 수익을 내고 있을 뿐 아니라, 7,500만 명의 사용자가 로그인할 때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즐기는 TV Show의 80% 이상은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모든 시청자의 성향을 완벽히 분석한 AI에 의해 추천된 콘텐츠다.

이렇듯 AI는 단순히 기술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고, 관련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머신러닝 엔지니어 같은 새로운 직업군을 양산해내고 있으며, 특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평균 연봉이 높은 직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을 살펴보면 ‘IT 강국’의 명성이 무색할 지경이다. AI 기술만 봐도 미국에는 3~4년, 심지어 중국에도 뒤쳐져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인물 인식 분야에서는 우리뿐 아니라 미국까지 추월한 상태다. 그나마 최근 거대 IT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고, 미디어 업계에서도 메이저 방송사 중심으로 필요성을 인식해 관련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데이터다. AI는 데이터를 만나야 지능화되고 AI의 존재 이유 또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메이저 방송사가 데이터 분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관련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는 하고 있지만 계속 실패하고 있다. 그러니 고품질의 콘텐츠를 가지고 ‘장사’를 하고 싶어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조직을 만드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기존 방송사가 처한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면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우선,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 조직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잘 만들어서 활용하느냐가 향후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전사적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조직 내에서 데이터 사이언스에 종사할 수 있는 인력이 별도로 있다는 편견에서 빨리 벗어나서 다양한 직군과 분야에서 인재를 끌어모아야 한다. 다양한 직군이 모여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 이 조직의 업무는 데이터 관련 플랫폼, 툴 등 기본적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대부분은 R, Python 같은 개발 베이스의 언어나 툴에 익숙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배경을 가졌든 기본적으로 SQL 문 정도는 데이터베이스에 던져서 결과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물론, 데이터 관련 기술의 영역에만 있던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하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비즈니스적 결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와 같이 이미 다가온 AI 전성시대에는 고전적 의미의 영역, 특히 기술과 비기술의 영역은 무너질 것이고 이를 빨리 무너뜨리는 조직이 먼저 승기를 잡게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6~7년 전부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각광을 받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 직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무주공산’의 새로운 영역의 발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영역은 ‘文(문)을 겸비한 理(이)’나 ‘理를 겸비한 文’ 모두에게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