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문화와 AI, 국내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설] 한류 문화와 AI, 국내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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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최근 KBS와 네이버가 AI 분야에서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KBS가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 자산과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기반 AI 기술, 그리고 ‘미디어 AI 언더스탠딩(MAIU)’ 영상 분석 솔루션을 결합해, 방송 콘텐츠의 기획·제작·유통 전반을 혁신하겠다는 취지로 이루어졌다. 재난 대응 서비스, 시청자 접근성을 높이는 자막·화면 해설 자동화, 다국어 번역을 통한 글로벌 한류 확산, 보도 부문 팩트체크 자동화 등 공공성과 산업적 가치를 동시에 아우르는 다양한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방송사-플랫폼 기업 간 협업을 넘어,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이 AI 시대의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자립적 역량을 확보하려는 중요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앞세운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산업 전반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생산하는 솔루션은 자국 중심의 문화적 색채에 치우쳐 있다. 한국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낸 독자적 AI 미디어 기술 없이는, 한류의 지속적 성장과 세계적 확산이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류 문화는 K-POP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일회성 소비를 넘어 문화 주도권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토대와 문화적 내실이 결합된 토종 AI 솔루션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KBS와 네이버의 이번 협력은 바로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로 평가된다.

이제 국내 미디어 산업계와 빅테크 산업계가 함께하는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방송사, 콘텐츠 기업, 기술 기업이 추진하는 협력 모델을 통해 한국의 문화적 색채를 담은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한류 문화의 글로벌 확산을 보다 내실 있게 이끌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월드 베스트 LLM’ 사업 역시 이러한 흐름을 지원하며, 스타트업과 학계, 산업계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한국형 AI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한다. 방송기술은 미디어 문화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분야이며, AI는 IT·컴퓨팅·방송기술을 아우르는 복합 기술이다. 두 영역이 결합할 때 기술 혁신과 문화 창달을 동시에 이루는 시너지가 가능하다. 방송기술인연합회는 방송기술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AI의 콘텐츠 제작·유통 적용을 지원하고, 저작권·초상권·윤리 기준을 반영한 법제와 표준 마련에도 기여할 것이다.

AI는 단순한 기술 확장이 아니라 문화와 산업, 정책을 아우르는 전환점이다. 방송기술인연합회는 이 흐름이 한국형 AI 미디어 모델의 정착과 한류 문화의 지속적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해 조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