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방송, 국가 표준만이 길이다

[사설] 지상파 UHD 방송, 국가 표준만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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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총회에서 지상파 초고화질(UHD) 송수신정합(이하 지상파 UHD 표준)’이 논란 끝에 잠정 표준으로 결정됐다. 929일부터 1013일까지 서면으로 열린 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된 13개 표준 가운데 지상파 UHD 표준만 유일하게 잠정 표준으로 결정된 것이다.

잠정 표준은 표준을 조속히 제정할 필요가 있으나 기술 발전 추세 등의 확인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 일시적으로 적용되는 표준으로 잠정 표준 결정 이후 1년 이내에 총회에서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표준을 의미한다. 사실상 부결과 다름없는 결과다. 1년 뒤 박탈당할 수도 있는 표준을 적용해 UHD TV 생산에 뛰어들 제조사들은 없기 때문이다. 시간끌기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몇 개월이 7월 상황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도돌이표 전개였음이 밝혀졌다. 앞서 72일 열린 TTA 총회에서도 34개 표준 후보 중 지상파 UHD 표준만 유일하게 부결된 바 있다.

당시 TTA 총회는 지상파 UHD 표준 부결 이유로 700MHz 주파수의 불안정성과 ATSC 3.0DVB-T2 등 전송방식의 미비를 지적했는데 이는 표면적인 이유였을 뿐 실상은 700MHz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통신사들의 간교한 술책이 깔려 있었다. 전 세계 각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UHD 방송이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700MHz 주파수를 빼앗길까 우려한 통신사들이 지상파 UHD 표준 채택을 적극 방해한 것이다.

TTA의 표준 인증은 국가 표준이 아닌 민간 표준으로 일반적으로 기술적인 결함이 없을 경우 통과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지상파 UHD 표준은 기술적 결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결에 이어 잠정 표준 사실상 또다시 부결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통신사들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TTA 총회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TTA 총회가 기업 매출 규모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자금력을 지닌 통신사가 최종 표준의 채택이나 탈락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다. 지상파 UHD 표준뿐만 아니라 다른 표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안은 빠른 표준 도출을, 불리한 현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라는 행동을 취해왔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TTA 총회에선 더 이상 지상파 UHD 표준이 채택될 수 없음이 밝혀졌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결정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UHD로 생중계하려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계획은 물론 글로벌 UHD 시장을 선도하려던 관련 업계의 기대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까지 끌고 온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도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래부는 TTA 표준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상파 UHD 표준을 국가 표준으로 결정해 지상파 UHD 방송의 상용화를 이끌어야 한다. 미래부는 국가 표준 결정만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를 위한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