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는 RF전문가가 필요하다
지상파방송사에는 전파가 있고, RF전문가도 있다. 현재 방송하고 있는 아날로그TV는 전파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고 있지만, 전파 특성상 깨끗하게 시청할 수 있는 가구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형편이다. 하지만 디지털TV로 전환되면서 이제 시청자들은 전파를 직접 수신하여 깨끗하게 모든 콘텐츠는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아날로그TV 시대와는 달리 디지털TV 방송망을 확충하기 위해 주파수와 소요재원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녹녹치 않다. 최근에 불어 닥친 세계적 불황이 방송사의 투자재원 확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고, 지난 연말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추세라는 이유로 방송주파수 상당부분을 회수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방송사들의 다리를 걸고넘어진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서 정하고 있는 2012년 연말까지 디지털TV로 전환을 완료하고, 아날로그TV는 의무적으로 종료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전국에 산재해 있는 방송 음영지역은 소출력 중계소를 세워 난시청을 해소해야 한다. 방송사 전체적으로 1,500여개의 중계소를 구축해야 한다. 2012년까지 아날로그TV를 동시에 방송하면서 디지털TV를 추가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TV용 주파수를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디지털TV 주파수를 확보하겠다고 시청가구가 있는 아날로그TV를 미리 중지할 형편도 아니다.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설령 주파수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4년안에 1,500여개의 중계소 구축에 필요한 중계기를 확보하고 중계소를 설계, 설치할 수 있는 인력확보는 현재 기대난망이다.
현재 모 방송사에서 송.중계소 관리업무를 분리하여 자회사에 넘기겠다고 한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사정 악화를 기회로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 관리를 목적으로 송?중계소 관리업무를 분리하고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데, 이것만큼은 정말 심사숙고해야할 사항이다.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설계 엔지니어링(RF엔지니어링)과 설치업무를 관장해야할 관리자가 집중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한해에 350여 개소 이상을 집중적으로 디지털 전환해야할 시기에 송.중계소 관리업무와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것은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디지털 전환업무를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족한 송.중계소 관리 인력을 보충하고, 외부의 중계장비 설치업체와의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전환이 끝난 후엔 대부분의 중계소는 원격 운용으로 전환하고, 유지보수업무는 최소 인력으로 담당케 하고, 나머지 인력은 직무 전환을 통해 제작 등 타 업무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다.
지금도 제작인력이 부족한 것은 지상파방송사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광고수익이 격감함에 따라 인력 감축에 대한 압력이 거세어지고 있다. 하지만 고품질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방송엔지니어의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작 업무에 대한 이해와 이것을 제작 장비를 통해 실현시킬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 축적이 필요하다. 이것이 고품질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근간이 된다.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에 RF엔지니어의 업무를 서서히 전환함으로써 유휴인력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상파방송사 기술인력 중에서도 RF엔지니어가 가장 후면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서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업무뿐만 아니라 아무리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도 자체 방송망을 통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방송망을 직접 관리하지 않거나 임대망을 사용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의 수신 비용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지상파방송사의 대시청자 의무를 저버리고 자체의 근본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방송사에도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지상파방송사에는 전파와 RF전문가가 있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