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출범, 그 기대와 아쉬움

[사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출범, 그 기대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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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장진영 SBS 방송기술인협회장 /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정부가 지난 9월 7일 정부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국회 또한 속도감 있게 관련 법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 들어 첫 번째 내놓은 조직개편안인 만큼 눈길가지 않는 내용이 없지만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를 신설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독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듯하다.

방미통위 신설은 현재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분산 수행 중인 방송 관련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서 방송 미디어 분야 정책 추진의 속도와 일관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수년간 국내외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분절화와 정부 부처 간 대립은 방송 미디어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정책 결정의 지연을 초래해 왔다. 따라서 이번 정부조직개편을 통한 방송 미디어 거버넌스의 일원화는 업계와 시청자 모두에게 필요한 변화로 기대를 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아쉬운 부분도 남아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OTT 플랫폼에 대한 통합 관리와 정책 기능이 이번 조직개편안에서도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Youtube, 웨이브, 티빙 등 국내외 OTT 플랫폼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미디어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처 간 이해관계에 묶여 단일 규제 체계조차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방송과 OTT가 미디어라는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와 정책의 대상은 방송 쪽으로만 치우쳐져 있어 시장 불균형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미통위 출범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미디어 분야 현안에 대해서는 ‘미디어발전민관협의회’에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는 하나, 부처간 입장 차가 큰 만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고, 미디어 업계와 시청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성과가 지연된다면 방미통위 출범의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상파방송의 진흥과 발전을 주도할 만한 조직 개편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그동안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에 대해 규제 중심의 접근을 취해왔고 이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방송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방송 정책 기능이 일원화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곳은 유료방송 뿐으로 지상파방송만 놓고 보면 현재와 달라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

얼마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었고 여당은 오는 25일 본회의 의결을 예고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방미통위가 이름만 바뀐 또 다른 규제기관이 아닌, 지상파, 유료방송, OTT 등 미디어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적극적인 방송 미디어 진흥 정책 수립을 통해 국내 미디어 산업을 앞장서서 견인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