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상화’, 당리당략의 대상이 아니다

[사설] ‘공영방송 정상화’, 당리당략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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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공영방송 KBS, MBC 정상화’를 위한 방송 종사자들의 파업이 2달을 넘어섰다. KBS, MBC 구성원들은 지난 9년간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과 함께 공영방송 KBS와 MBC를 주인인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돌려놓겠다는 일념으로, 본인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떠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도 마다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으며, 이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공영방송을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주된 책임이 방송 종사자들에게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공영 방송사의 이사진 선임 구조는 권력을 쥔 여권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구조적으로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선임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런 편파적 문제점은 분명히 여야 모두 인식하고 있었으며, 진보 정권 시절에는 보수 정당 측에서, 보수 정권 시절에는 진보 정당 측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방송법 개정’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권을 장악하면 방송법 개정은 언제 외쳤냐는 듯 모르쇠로 태도를 바꿔왔다.

이런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건대 공영방송 훼손의 주된 주체는 낙하산 사장에 끊임없이 저항해온 방송 종사자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공영방송에 대한 자세를 달리했던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 부재와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급급한 정치권의 이런 오랜 관행은 이번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의 과정에서도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야3당은 그동안 ‘방송장악법’이라고 극렬히 반대하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갑자기 여권의 방송장악 방지를 위한다며 ‘방송법 개정 조속 처리 합의’를 밝히며 자기모순적 주장을 했다. 그들이 내려보낸 KBS, MBC 사장들의 교체가 목전에 이른 듯한 상황에 불안을 느끼고 이를 지연시키는 목적이라는 해석과 함께, 여전히 국민보다는 당리에만 목매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반면에 야3당이 주장하듯, 청와대와 여권 또한 본인들이 지난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정권을 잡자마자 재수정해야 한다는 소위 ‘내로남불’형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언론적폐 청산’과 ‘방송법 개정’은 순서의 차이일 뿐,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조속히 완료돼야 할 과제다. KBS, MBC 구성원들이 매서워지는 찬바람 속에서 여전히 ‘공영방송 복원’을 외치고 국민들이 공영방송 정상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며 순서 타령만 해서는 국민들의 불신만 더 깊어질 것이다. 더 이상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시간만 지체돼서는 안 된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 등 책임 기관은 지금 진행 중인 KBS, MBC 경영진 교체를 통한 ‘공영방송 복원’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 선임 방식도 이제는 종영돼야 한다. 한 번에 완성되는 완벽한 ‘법’은 없다. 청와대와 여당 또한 초심으로 돌아가 이미 발의된 ‘방송법 개정’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