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차지계(覆車之戒)

[사설]복차지계(覆車之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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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차지계(覆車之戒)

 

 

2008. 7. 23 저널 사설

 

현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분노를 넘어 측은지심이 들 정도다. 지난 정권의 10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비난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되찾겠다는 심산인지 전방위로 들쑤시고 있다. 두 번의 대선 패배의 원인을 비판적인 방송 탓으로 돌리면서 재갈을 물리는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정권의 최고 정점에서부터 그의 추종자들은 언론의 사회적 역할은 안중에도 없고, 단지 정권 안보를 위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온갖 못된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대규모 특별감사를 전격적으로 실시했지만, 아무런 위법사항이 없자 검찰까지 동원해서 얼토당토않은 건으로 압박하고 있다. 3년 전에 KBS와 국세청 간에 벌어졌던 세금소송에서 각 기관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았고, 담당판사의 중재안을 양 기관이 받아들임으로써 일단락되었던 사건이다. 당시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쪽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담당판사와 KBS, 국세청, 두 기관의 자문했던 법무법인 모두가 합법적인 행위를 한 사건임도 불구하고 생트집을 잡느라, KBS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할려고 하고 있다. 따져보면 이 사건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당시 참여했던 모든 기관들이 주범이요 공범이요 종범이다.

또,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KBS 이사회를 통해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비서실장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장 등 하수인들이 모두 나서서 KBS이사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회유와 압력을 일삼기도 했다. 이사장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이사장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이사진 구성을 과반의 친정권 이사로 재구성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동원되어 신태섭 이사를 교수직에서 해임시켰다. 신 이사를 해임하기위해 소속 대학교에 학교 존립까지 거론하면서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교수직 해임에 대해 당사자인 신 교수는 ‘교수직 해임 가처분신청 및 해임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교수직 해임을 근거로 KBS 이사직에서 전격 해임했고, 그 자리에서 ‘보궐이사 추천’ 건을 절차를 무시하고 기습 상정하여 친 정권 인사를 추천했다.

뉴스전문채널 사장을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냈던 사람을 낙하산 비상착륙하듯이 임명해 버렸다. 주총에서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권과는 상관없다는 변명은 기가 막힌다. 대부분의 주주는 정권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정권과 관계가 없다니 거짓말을 참 태연하게도 하고 있다. 정권이 임명한 사람의 개인의 능력과 소신, 변명을 떠나서라도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방송의 최고 책임자가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벌써부터 ‘YTN 안보기’와 ‘광고불매운동’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의 원희룡 의원은 현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과 관련 "정부의 방송장악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캠프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의 YTN 사장 임명 강행에 대해 "너무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친여권 인사도 좋지만 경선 당시 특보라는, 소위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선거 캠프 인사가 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부분은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소신을 밝혔다. 또 "KBS 정연주 사장은 언론의 독립성과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풀어야 하고, 한나라당 정권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장악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복차지계(覆車之戒)란 옛말이 있다.

앞의 수레가 넘어져 엎어지는 것을 보고 뒷 수레는 미리 경계하여 엎어지지 않도록 한다. 곧 앞사람을 거울삼아 뒷사람은 실패하지 말라는 뜻이다.

“옛날의 夏(하) 殷(은) 周(주)시대를 되돌아보면 왜 잘 다스려졌던가를 분명히 알 수 있는데, 옛날의 교훈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과 같아서 오래 영화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진(秦)나라가 일찍 망한 까닭은 진나라가 펴온 정책으로 알 수 있으니 이런 어리석음을 피하지 않으면 앞날이 암담하다. 즉, 앞 수레의 엎어짐을 보고 국가의 큰 계획을 세우고 대책을 세움이 마땅하다”고 했다.

한 국가를 경영함은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백년대계로 임해야함에도 현 정부는 스스로 억눌러 왔던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 군사정권시절에 행해졌던 실수보다 더 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더 늦기 전에 스스로 한번쯤 되새겨야할 시점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일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진정 민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현 위정자들은 옛말을 거울삼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