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독립

사법부의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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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의 독립


                                  민 경한(변호사, 전 민변 사법위원장)


최근 신영철 대법관이 법원장 시절에 촛불집회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에 대한 재판 개입 문제로 사법부 독립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헌법 제103조(법관의 독립)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 한다’고 규정한 바와 같이 사법부의 독립은 국가기관 중 헌법 조문에 그 독립을 규정한 유일한 기관일 만큼 매우 중요하다. 사법부의 독립이 훼손되면 법치나 정의는 실종되고 사법 불신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므로 반드시 구현해야 할 최고의 과제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원이 국회나 정부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법원의 독립과 법관이 그 어느 권력기관이나 사회세력의 간섭으로부터 독립하여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법관의 독립이 그 요체다.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인 재판 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의 신분상, 직무상 독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고 법관의 임기와 정년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법관의 직무상 독립을 위해서는 법관은 재판을 함에 있어서 국회, 정부, 헌법 재판소 등 다른 국가 기관, 소송 당사자, 정당, 사회단체, 언론기관 등 사회적 세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고 법원 내부로부터 지휘, 감독이나 간섭을 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 민주화 된 이후에 국회, 국정원 등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 및 사회 세력의 법원이나 법관에 대한 간섭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얼마 전 국정원 직원이 판사에게 재판과 관련하여 전화를 하고 법정에 출입하여 담당 판사가 호된 질책을 하였다는 보도를 보면 현 정부 들어 국가기관이 재판에 간섭하려고 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기우이기를 바란다.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법원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개별 법관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 법원장의 소속 법관에 대한 인사 평정권, 고등법원 부장판사  발탁 승진제도, 임관 성적 위주의 서열화 등의 불합리한 법관 인사제도로 인한 경직된 사고와 사법 관료화가 가장 주된 원인인 것 같다.


법원은 일 년에 한 번씩 법원장이 소속 판사들의 근무평정을 해서 대법원에 보내고 대법원은 이 근무평정을 토대로 나중에 고등법원 부장판사로의 발탁승진 등의 중요한 인사자료로 삼는다. 법원장의 자의적, 주관적인 평정 방법과 근무평정을 통한 인사상의 불이익에 대해 당해 법관의 반론 가능성이나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그 불이익 처분에 대한 이유도 명시하지 않은 현행 근무평정 제도는 주관적, 자의적, 밀행적, 근무 평가제도로 적법 절차의 위배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다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법관이 보직이나 승진에 신경 쓰지 않고 헌법에 보장된 정년까지 법관으로서 소신껏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나 승진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절실하다.


신 대법관이 촛불 집회 사건의 배당이나 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전화나 이 메일 등을 통해 재판 개입을 한 행위가 신 대법관의 개인적인 출세욕에 의한 행동일 수도 있으나 소속 판사들에 대한 인사 평정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해당 판사들에게는 상당한 압력이나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이메일에서 대법원장의 뜻도 자신의 뜻과 같다며 법관의 모든 인사권과 보직권을 갖고 있는 대법원장을 거명하고 있는데 여기에 압력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전국 모든 법관들의 승진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독점되어 있는 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위임받거나 사실상 나누어 가진 법원장이나 수석 부장판사가 개별 법관들의 재판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수 있다. 별다른 견제장치 없이 대법원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개별 법관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분산 내지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법 연수원 성적이 판사의 자질과 능력에 반드시 상응하지 않는데 임관 성적 위주로 법관의 서열을 규정하는 인사제도와 법관에 대한 인사 평정을 기초로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발탁승진 제도도 사법 관료화를 조장하는 주된 원인이다. 지방법원 모 부장판사가 말한 것처럼 이런 사법 관료화가 법관들에게 심한 모멸감과 좌절감을 안겨주며 법관들의 인격권과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며 법관 개개인의 독립과 민주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가로막고 소신 있는 판결을 어렵게 한다.

 

법원조직법은 각급 법원에 자문회의 성격의 판사회의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판사회의가 현실적으로 실질적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판사회의를 조직하고 운영하여 일선 판사들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법관들이 소신과 자긍심을 가지고 재판을 할 수 있고, 그런 법관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법관 인사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