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109명 대량 정리 해고로 장기 노숙 농성, 고공 농성에 들어간 씨앤앰 노동자들이 씨앤앰 사측, 협력업체 대표들과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 지부와 케이블방송비정규직 지부(협력업체 노조)는 12월 3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AS와 설치‧철거 업무를 수행해온 기술직 노동자들에게 영업을 하라는 것은 얼토당토않다”며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투쟁의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영업 및 설치 전문 협력 업체를 만들어 해고 노동자 109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씨앤앰 사측의 제안을 공식 거부한 것이다.
씨앤앰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지난 7월부터 씨앤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정리 해고된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 중이다. 11월 12일부터 노숙 농성에 이어 고공 농성까지 시작되자 장영보 씨앤앰 대표는 사측과 협력업체, 희망연대노조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3자 협의체를 통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장 대표의 제안 이틀 만인 11월 28일부터는 3자 협의체가 본격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희망연대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 측과 씨앤앰 사측‧협력업체 대표들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씨앤앰 사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씨앤앰 사측은 지난 12월 1일 영업 및 설치 전문 협력 업체를 만들어 해고자 109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기본급 및 월간 업무량에 따른 추가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씨앤앰과 협력업체 노조는 “협력업체 교체에 따라 노동자 109명을 부당 해고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은 상황에서 간접 고용 비정규직을 재생산하는 ‘협력업체 신설’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진정성 있는 교섭 태도를 요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논평을 통해 “씨앤앰은 협력업체를 신설할 계획 없이 해고자들이 스스로 협력업체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사측이 간교한 술책으로 노동자를 농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측은 여전히 협력업체의 임단협, 구조 개편, 급여 보전 및 위로금 문제 등에 대하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각종 시혜를 베푸는 양 생색을 내면서 뒤로는 노동 강도를 높이고 구조조정을 관철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태 해결을 위한 3자 협의체의 대화는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사측의 입장에서는 노사 문제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빅딜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씨앤앰이 12월 중으로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장 대표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매각과 관련해 가시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노사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 것 자체가 매각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씨앤앰이 매각 작업을 시작하더라도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티브로드홀딩스를 보유한 태광그룹이 씨앤앰 인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태광그룹을 제외한 CJ, SK 등은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씨앤앰이 원하는 가격과 인수 측에서 생각하고 있는 가격 차이가 큰 상황”이라며 “태광그룹이 적극적이더라도 다른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매각 측과 인수 측의 가격 차이는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사모펀드(MKOF) 등 씨앤앰 주요 주주들은 씨앤앰을 인수하는 데 약 2조2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방송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가격이었는데 2009년 IPTV 탄생으로 방송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재 투자 가치는 투자 당시보다 훨씬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씨앤앰 주요 주주들은 인수 가격보다는 낮게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2007년 당시 인수금의 70% 이상을 은행 등 금융권의 차입으로 충당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사모펀드(MKOF)로서는 매각을 더 늦출 경우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 예상외로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씨앤앰 매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