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대연합의 ‘아전인수’ 설문조사

[비평] ICT 대연합의 ‘아전인수’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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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 개편안을 두고 여야의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ICT 대연합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가 갑자기 높은 관심을 끌고있다.

27일 ICT 대연합은 학계, 연구계, 벤처기업 단체 등 ICT 전문가 222명을 대상으로 ‘방송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골자로 하는 인수위 원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아이템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기준으로 68%가 인수위안이 우리나라 ICT 발전에 더 효과적으로 생각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일부 일간지들은 이러한 소식을 전하며 암묵적으로 방송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반대하는 민주통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설문조사는 대상 자체가 잘못되었다. ICT 전문가들은 당연히 ICT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ICT 전담부처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역설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 이들에게 방송정책의 미과부 이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마치 일본 시네마현 어부들에게 “독도는 일본땅인가?”라고 물은 것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일본 시네마현의 어부들은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ICT 대연합은 이러한 치명적인 실수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의 정부 조직 개편 협상은 ‘방송정책의 이관’에 집중되어 있다. 동시에 협상은 몇 차례 변곡점을 그리며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과부 이관 여부로 현안이 몰리는 분위기다. 여기서 새누리당은 ‘비보도 방송분야의 미과부 이관은 방송의 공공성과 관련이 없으며, 해당 분야의 미과부 이관은 ICT 콘트롤 타워 및 창조경제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디어 플랫폼 사안에서 접근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방송의 공공성은 콘텐츠 제작의 자유로움과 더불어 시청자에게 실제로 전달되는 플랫폼의 성격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안타깝게도 지상파 직접수신률이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나머지는 비보도 방송정책이 담당하는 유료 방송 플랫폼이 전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보도 방송분야가 방송의 공공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당장 채널 배정권을 가진 유료 방송 플랫폼이 독임제인 미과부의 영향을 받아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황금 채널 배정 논란이 재현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또 미과부에 비보도 방송정책을 모아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주장에는 근본적인 어폐가 있다. ‘모두 모아 한 곳에서 일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성과를 얻겠다’는 마인드 자체가 1960년대 군사정권의 정책에서 한 발도 나오지 못한 발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ICT 대연합은 다분히 전략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정부 조직 개편안에 임하는 민주통합당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편파적인 설문조사일 뿐이고, 더 나아가 설문조사의 대상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역으로, 이번 ICT 대연합의 설문조사 결과 중 나머지 32%가 방송정책에 대한 인수위 원안에 반대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0%가 되어도 할 말이 없는 편파적 설문조사에서 반대편 주장이 무려 32%나 나왔다! 방송정책을 미과부가 관장해서는 안 될 논리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