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오나?…지상파-유료방송 갈등 ‘최고조’

블랙아웃 오나?…지상파-유료방송 갈등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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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지상파 재송신료(CPS)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과 인터넷TV(IPTV) 업계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한국IPTV방송협회는 9월 8일 공동 성명을 통해 “국가의 공공 자산인 전파를 무료로 사용하는 지상파방송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시청자를 볼모로 한 주문형 비디오(VOD) 공급 중단 압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양 협회의 성명 발표는 최근 MBC가 KT를 상대로 VOD 콘텐츠 이용 대가 조건 변경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9월 25일부터 VOD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MBC는 KT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VOD 요금을 인상하고, 무료 VOD(SVOD)에 대해서도 홀드백(일정 기간이 지나면 VOD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기간에 따라 CPS 기반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으나 KT는 시간을 두고 협상하자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MBC와 KT 각각의 입장에 변화가 없자 결국 MBC는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VOD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에 따라 KT의 올레TV 가입자들은 9월 25일부터 MBC의 VOD를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공동으로 CPS 협상을 제안한 것처럼 KBS나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대할 경우 VOD 중단 사태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SO와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CPS 협상 중에 있다. 먼저 지난해 12월 31일로 계약이 종료된 티브로드와 CMB는 계약서에 따라 계약 만료 3개월 전인 지난 10월부터 CPS 재협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이를 시작으로 모바일 IPTV, VOD 등으로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 협회는 “재송신료에 대해서 아직까지 사업자간 합리적 정산 방식이나 제대로 된 합의 도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사들은 VOD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프로그램 사용료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VOD에까지 CPS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대비 최대 2~3배의 요금 인상에 해당할 정도로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콘텐츠 제값받기’를 넘어서는 과도한 콘텐츠 공급가 인상을 즉각 중단하고 ‘지상파 재송신 협의체 기구’에 적극 참여해 합리적 가격 산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CPS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마련한 재송신 협의체 기구 자체가 편파적일 가능성이 높고, 현실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협의체 구성에 앞서 유료방송사업자와 진행 중인 소송 결과가 나와야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협의체 구성 연기를 요청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상파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정부가 선정해 강행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협회는 “정부가 강행한 협의체의 인정 구성이 유료방송사업자의 입장을 강변하는 인사 위주로 이뤄져 있어 사실상 편파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오히려 시장의 자율 기능과 협상 가능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주도로 마련된 지상파 재송신 협의체 기구가 사실상 유료방송사업자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주장처럼 상호 존중과 상생의 콘텐츠 거래를 위한 논의의 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방송협회는 재송신 협의체 구성 철회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협회는 “지상파 방송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재송신 협의체 구성이 현재 진행 중인 자율적 협상은 물론이고 향후 소송의 진행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반대 의견을 표명해 왔고, 실제로 일부 유료방송사들은 정부의 재송신 협의체 구성 계획이 나오자마자 소송을 중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등 소송을 지연시키고 협상 참여에도 불성실하게 임하는 등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재송신 협의체 구성 및 운영 중단을 요청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송신 협의체 구성 및 운영 중단을 요청한 상황에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성명을 통해 다시 재송신 협의체 적극 참여를 촉구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CPS 갈등은 봉합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