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종편, 서로에게 검을 겨누다

불안한 종편, 서로에게 검을 겨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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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 침묵의 카르텔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개국 후 지금까지 단합된 역량을 뽐내며 외부의 위협에 합종연횡으로 대항하던 옛날의 종편이 아니다. 이제 이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의 연장선상에 섰으며, 살아남기 위한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서로의 등에 칼을 꽂고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정감사라는 ‘국가적 이벤트’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장 각 종편의 모기업인 대형 신문사들은 종편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을 기치로 내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을 평가하는 사설과 기사를 연이어 쏟아내며 치열한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조선일보는 16일자 ‘종편 4사 주주 구성 때 무슨 일이…모두 다 검증해야’ 기사를 통해 TV조선은 물론 방통위 국감에서 종편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물론 그 대상은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와 매일경제 종편인 MBN의 출자 과정이었다.

이에 조선일보는 동아일보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통해 채널A에 우회 출자를 했고, 대한항공도 김 전 회장을 통해 채널A에 우회 출자를 했다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깊이있게 전달하는 한편 ‘MBN만 왜… 주주 현황 공개 거부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MBN이 방통위의 정보공개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벌이는 점을 지적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중앙일보도 빠지지 않았다. 이에 중앙일보는 4면을 통해 방통위 국감 내용을 보도하며 “일부 종편의 과도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문제로 지적됐다”고 지적했다. 종편이 보도전문채널로 변질되었다는 야당 측 의원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한 셈이다. 이는 올 상반기 종편사의 보도 비율 중 유일하게 JTBC만 14.1%만 기록했으며, 다른 종편들이 모두 40%를 넘긴것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으로 읽힌다.

동아일보는 차별화 전략으로 다른 종편을 압박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민주당이 TV조선 김 본부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을 정식으로 상임위에 제출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 파행을 막기 위해 민주당 주장대로 증인 채택엔 합의를 했지만 방송사의 보도책임자들을 불러놓고 호통을 치는 행위는 보도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언뜻보면 보도본부장이 국감에 출석한 상황을 비판하는것 같지만 여기에는 TV조선 본부장의 불출석으로 방통위 국감 자체가 파행으로 치닫은 사실을 비판하는 한편, 역으로 채널A의 보도본부장이 출석한 것을 은연중에 강조한 셈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각 종편이 자신들의 모기업인 거대 신문사를 통해 서로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물론 내년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며 심사에 탈락하는 매체가 나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고개를 드는 만큼, 각자의 탈출구를 찾기 위한 일종의 생존게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다양한 루트로 종편 심사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이 만천하에 알려진 이상, 이제 각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종편 4사가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종편의 이전투구를 단순히 ‘경마게임’의 시선에서 재단해서는 곤란하다는 시각도 있다. 종편 4사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절박한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당장 내년 재승인 심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반응도 특기해야 한다.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이 국감에 불출석한 반면 김차수 채널A 보도본부장이 증인으로 참석하자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언론사로서 (국감장에) 나오는 것은 커다란 부담이고 회사뿐 아니라 타 언론에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상황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새누리당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이 되어도 ‘특정한 이유’가 있으면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국회보다 위’에 있는 종편에 대해 집권여당이 편협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 종편의 집단 생존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최근 JTBC가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의 주도아래 삼성의 치부를 건드는 메인 뉴스를 방송해 커다란 반향을 이끌었다. 이는 JTBC가 손석희 사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말의 의혹을 해소시켰다는 여론과 함께 말 그대로 호평일색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석희 사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자신에게 쏠리는 의혹을 씻어내기 위해 의식적으로 삼성과 관련된 아이템을 발굴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JTBC의 보도는 그 자체로도 대한민국 언론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지만, 내년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각 종편이 뼈를 깎는 인내의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단순한 현안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 다. 앞으로 각 종편이 서로에 대한 공격과 더불어 차별화 시도를 본격적으로 이어가면서 일회성 이벤트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상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