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위성 헐값 매각 사태 여파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불거진 일종의 헤프닝에서 심각한 현안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전략 물자인 위성을 정부의 허가 없이 팔아버린 KT의 수상쩍은 행동과 단가 후려치기, 위성방송 불협화음, 관제소 넘기기를 비롯해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라있는 자료를 혼자만 모르고 있던 미래창조과학부의 무지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여기에 KT가 언론에게 ‘허위사실을 쓰지 마라’는 엄포를 놓으며 뒤로는 정부에 읍소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후안무치는 할 말을 잊게 할 지경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미래부가 KT에 대한 조사에 참여했지만 그 과정에서 KT가 보여준 행동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는 KT의 행위에 기계적으로 분노하기보다는, 미래부의 그릇된 주파수 정책과 KT로 대표되는 통신사의 주파수 할당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모두가 주지하고 있지만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자 공공재다. 그런데 이런 공공재를 마구잡이로 활용하는 통신사에게 과연 주파수를 정상적으로 수급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주파수 관리에 허점은 없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당장 주파수 배분표를 펼쳐보라. 넝마도 이런 넝마가 없다. 대한민국의 주파수 정책은 이미 오래전부터 파편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신 주파수 배분표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KT와 SKT, LG유플러스가 점유하고 있는 주파수 배분을 각각 다른 색으로 칠한다고 가정하면 주파수 배분표는 당장 초등학생 그림 노트가 되어버린다. 실제로 800-900MHz 대역을 보면 ‘공백-KT-SKT-LG유플러스-공백-KT-SKT-LG유플러스-공백-KT-공백-KT’순서다. 아주 화려하다. 그만큼 주파수가 파편화되어있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배분하면서 상황에 맞게 주파수를 조각으로 나누어 통신사에 넘겼기 때문이다. 총체적이고 객관적인 배분은커녕 그냥 매물로 나오면 넘겨버리는 주파수 정책. 바로 이런 정책 때문에 900MHz 대역 주파수에서 사상 초유의 주파수 클리어링 사태가 벌어지며 아날로그 무선전화기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700MHz 대역 무선 마이크를 둘러싼 노래방, 교회 및 학교 담당자의 전국적인 반발도 이런 정부의 무책임한 주파수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주파수를 받는 쪽인 통신사. 이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여기서 통신사들의 광고 카피 내용, 즉 주파수의 총량이 통신 서비스의 질을 결정한다는 오류를 지적하지는 않겠다. 속도가 모든 통신 서비스의 질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 KT 위성 헐값 매각에 숨은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 그것은 바로 통신사의 주파수 할당 정당성이다.
물론 통신도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KT 위성 사례를 보면 이 당연한 정당성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해 보자. KT는 2010년 5월 무궁화 3호 위성을 홍콩의 ABS에 매각했지만, 2011년 7월 계약사실을 숨기고 정부에 주파수 재할당 신청을 냈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국민의 대표인 정부로부터 할당받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외국 기업에 내어준 형국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일까. 자세한 전후 사정을 따지지도 않고 무차별적으로 주파수를 할당한 정부는 물론, 꼼수로 주파수를 할당받아 외국에 넘긴 KT는 당장 수사대상에 올라야 할 지경이다.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에 있어 난시청 해소 및 보편적 UHDTV를 위해 해당 주파수를 할당받으려는 방송과 통신 서비스 발전을 위해 해당 주파수를 할당받으려는 통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미묘하다. 방송은 미국식 전송방식 및 기타 주파수 절대 부족으로 인해 700MHz 대역 주파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통신은 미온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과 비교해 보자. 업계 1, 2위를 단순비교하면 미국은 총 21,500만의 가입자와 200MHz 폭을 통신이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4,400만 가입자에 290MHz 폭을 통신이 보유하고 있다. 통신의 입장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에 전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미래부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통신의 해당 주파수 할당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이 석연치 않은 이유가 통신비용 원가공개에 얽힌 음모론이 아니라, 미래부의 무지와 통신사의 괴상한 주파수 할당에 있다는 점이 이번 KT 위성 헐값 매각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서다. 통신에 주파수를 할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파수를 외국에 넘겨버리는 통신사의 작태를 감안하면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 할당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약간의 논리적 지향점이 더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