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수율 통계의 오류, 문제있다

[분석] 직수율 통계의 오류,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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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났다. 긴박한 순간, 야전 사령관은 휘하 부대의 진격을 위해 도하작전을 계획한다. 하지만 부대가 도하하기 위해서는 강의 수심을 파악해야 하는 법이다. 야전 사령관은 부하를 보내 도하 예상지점 3곳의 수심을 측정하도록 지시한다. 결과는 1.2미터, 2.3미터, 2.5미터. 부대가 도하할 수 있는 최대 수심은 2미터고 3곳의 평균치도 2미터다. 야전 사령관은 도하 명령을 내렸고 부대원들은 총 한번 제대로 쏴보지 못하고 70%가 수몰되었다.

실제로 이런 명령을 내릴 야전 사령관은 없을 것이다. 위 상황의 경우 평균이 아닌 최댓값을 산정하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통계의 오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계동향조사 및 통신비 평균 산출도 마찬가지며, 지상파 직접수신율 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직수율을 둘러싼 논란이 심해질수록, 많은 전문가들은 낮은 직수율을 문제 삼아 지상파 방송사의 미래를 성급히 재단하곤 한다. 700MHz 대역 주파수 및 지상파 MMS, UHDTV 발전도 마찬가지다. 유료방송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상파의 낮은 직수율을 문제 삼아 지상파 플랫폼의 기능을 축소하고 이를 공격하는 상황에 기계적으로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의 중심에는 직수율 7%라는 수치가 강하게 박혀있다. 과연 그럴까?

우선 201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를 보자. 해당 조사에 지상파 직수율은 2010년 7.8%, 2011년은 9.0%, 2012년은 7.9%로 산정되어 있다. 그런데 조사항목이 묘하다. 유료방송 가입 가구 비율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상파 직수율표에는 ‘지상파만 이용’이라는 항목이 표시되어 있다. 즉 지상파만 이용하는 가구가 7.9%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지상파만 이용’이라는 항목은 실제 직수율과 괴리감이 있다. 해당 항목 조사는 말 그대로 직접수신 안테나를 세운 가구만 그 대상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TV를 2대 이상 가지고 있으면서 케이블 및 IPTV 등 유료방송과 직접수신을 병행하는 수치가 빠져있으며 TV가 1대 있더라도 유료방송과 직접수신을 병행하는 수치도 빠져있다. 후자의 경우 평소에는 직접수신을 통해 TV를 시청하다가 VOD 및 부가 서비스를 즐기고 싶으면 유료방송 셋톱박스를 연결하는 가구를 가정한 것이다. 즉, ‘지상파만 이용’이라는 항목은 말 그대로 직수율의 최소평균치만 산출했다는 결론이다.

물론 여기에는 직수율 가구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방송사의 낮은 직수환경 제공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0년 10월 22일부터 11월 15일까지 총 24일간 대한민국 전체가구 10%에 달하는 180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본 조사는 거의 유일한 전수조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데이터를 참조해 보자. 조사 당시 DTV KOREA는 방통위에 의뢰해 직수율을 산정한 결과 ‘13.3%’라는 수치가 나왔다. 201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와 비교해 2배에 육박하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상술하자면, 201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와 같은 ‘안테나만 시청’ 수치는 9.20%, ‘안테나+복합시청’ 수치는 17.70%가 나온 상황에서 복합시청 중 직수율과 관련 없는 가구 수를 배제한 수치가 13.3%라는 뜻이다.

   
▲ 2010 인구주택 총조사 직수율 관련 설문지

하지만 여기에도 통계의 오류가 있다. 통계 설문지를 보자. 인구주택 총조사 설문지 36번 항목을 보면 ‘이 가구에서 보유하거나 이용하고 있는 정보통신기기와 이용 중인 서비스는 어떤 것입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아날로그 TV, 디지털 TV, 개인용 컴퓨터, 팩스, 인터넷 회선(이하 보유기기)과 안테나를 통한 시청, 케이블 TV 시청, 위성을 통한 TV 시청, 인터넷 TV 시청, 해당 없음(이하 시청행태)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직접수신에 해당되는 항목은 ‘안테나를 통한 시청’인데 이 수치가 9.20%다. 이렇게 되면 공시청으로 직접수신을 하는 가구가 ‘안테나를 통한 시청’에 잡히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진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공시청을 통한 직접수신을 하는 가구의 경우, 해당 가구가 일일이 안테나를 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수신을 하는 가구가 ‘안테나를 통한 시청’에 체크하지 않고 다른 항목에 기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9.20%라는 수치도 높아진다. DTV KOREA 및 디지털시청100%재단의 활발한 공시청 지원을 염두에 둔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당연히 방통위가 산정한 직수율 13.3%라는 수치도 더 높게 잡아야 한다. ‘안테나+복합시청’의 단순 수치인 17.70%를 기준으로 해당 수치는 상승할 것이며 단순 수치의 가감폭도 좁아질 것이다. 방통위의 계산법, 즉 ‘안테나+복합시청’ 17.70%에서 직접수신으로 인정할 수 있는 13.3%의 간극이 더 좁아진다는 뜻이다.

안테나를 일일이 세운 직수율 가구만 산정한 201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는 직수율의 최저 평균치로 봐도 무방하다. 당연히 2012년 7.9%라는 수치는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참고할 수 있는 3개의 수치, 즉 안테나만 시청(9.20%), 안테나 복합시청(17.70%), 방통위가 인정한 직수율(13.3%)은 설문의 방법 및 복합시청을 포함한 수치의 조정 등으로 더욱 상승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직수율은 가정이지만, 알려진 바와 달리 20%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여기에서 180만 조사 가구에 대한 타당성도 따져야 한다. 지역별, 연령별 조사 대상에 따라 직수율은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수신율이 20%에 육박한다고 해서 그 수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이 지상파 방송사의 직접수신율 제고 노력 정당성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은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97%에 육박하는 디지털 커버리지와 현재 알려진 직수율 데이터가 지나치게 하향평가 되었다는 점이다. 서두에서 설명한 야전 사령관처럼 통계의 오류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