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주문형 비디오(Video On Demand, VOD)’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유료방송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이후 동결된 지상파 VOD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 3사와 CJ헬로비전‧티브로드‧씨앤앰‧현대HCN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4개사의 2013년 VOD 매출액은 4,084억 원으로 지난 2011년 1,920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4년 매출액은 최소 5,000억 원에서 최대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VOD 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한 이유는 ‘본방사수’ 대신 ‘VOD 몰아보기’라는 시청 패턴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자신의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기 때문에 더 이상 본방사수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사업자들이 VOD 업로드 속도를 앞당긴 것도 시장 성장에 큰 몫을 했다. VOD 서비스 초창기에는 실시간 방송 종료 이후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VO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10분, 1분 단위로 줄어들어 이제는 실시간 방송 종료 직후 바로 VO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CJ헬로비전‧티브로드‧씨앤앰‧현대HCN 등의 MSO는 올해 1월부터 ‘지상파 1분 퀵 VOD 서비스’를 출시해 지상파방송이 끝난 직후 바로 VOD로 본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VOD 서비스 이용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자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VOD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보고 전략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VOD 서비스가 그동안 정체돼 있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끌어올릴 유일한 수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VOD 서비스 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VOD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양질의 콘텐츠를 무료 또는 포인트 등으로 먼저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한 뒤 데이터 분석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시해 시청자들의 각자 환경에 맞게 VO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민희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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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우선돼야 하는 것이 바로 양질의 콘텐츠 확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채널별 TV VOD 이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SBS가 35.4%로 1위를 차지했고, MBC 29.7%, KBS 2TV 24.8%가 그 뒤를 이었다. ‘프로그램별 TV VOD 시청시간’도 채널별과 마찬가지로 SBS <별에서 온 그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무한도전> 순이었다. 상위 10위 안에는 SBS 프로그램이 4개, MBC가 3개, KBS 2TV가 2개 포함됐고 유료방송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JTBC의 <마녀사냥>이 6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KBS‧MBC‧SBS로 이어지는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을 시청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이후 1,000원 수준인 지상파 VOD 가격을 1500원 안팎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 제작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제작되는 프로그램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CJ E&M 등의 VOD 이용료는 편당 1,200원 정도인데 어느 정도 형평성을 맞춰야 지상파 방송사들도 양질의 프로그램을 계속 제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선 ‘지상파 콘텐츠=(거의) 무료’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초 최근 1년 이내 방영된 신작 방송 콘텐츠는 고화질(HD)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표준해상도(SD)를 700원에서 1,000원으로 각각 인상하는 안을 담은 공문을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전달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 같은 조치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재 지상파가 처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공문에도 “방송 프로그램 제작 예산의 급격한 증가와 콘텐츠 유통 시스템에 대한 설비투자 등 제작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근시안적 태도로 VOD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며 VOD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유료방송사업자 중 일부는 지상파 VOD 가격이 낮다는 점에 동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상파 VOD 가격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조만간 해결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