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세상을 바꾸는 IPTV -IPTV 600만 가입자 달성의 의미와 사회경제적 가치’ 보고서가 이해 관계자들에게 묘한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해당 보고서가 정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사의 ‘애증’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한편, DCS 논란 및 기타 IPTV 발전에 대한 양쪽의 스탠스를 재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 모델로 비추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IPTV 법 개정안을 둘러싼 업계의 힘겨루기가 재현되는 분위기다.
KT는 본 보고서를 통해 IPTV의 국내 주요 성과를 소개했다. 이에 연구소는 IPTV가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10개월 만에 가입자 600만 명을 확보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주요 미디어로 자리를 잡았으며, 국내 IPTV 가입자는 분기당 7.8%씩 성장하며 프랑스(3.7%), 미국(5.2%) 등 IPTV 선진국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 IPTV라고 자평한 후, 사업적인 측면에서 유료 VOD 서비스를 통한 미디어 콘텐츠 정상화에 일정정도 기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본 보고서의 파장은 IPTV 예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바로 정부의 규제에 대한 연구소의 판단이다. 연구소는 “IPTV가 스마트 TV와 결합하면서 사실상 컴퓨터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KT는 이달 중에 스마트 IPTV도 출시할 예정이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연구소는 “IPTV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전통적인 칸막이 규제를 포함한 제도 및 규제환경을 꼽고 있다”며 “시장과 기술진보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의 전향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방통위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은 DCS를 기술혁신의 사례로 소개하며 해당 기술이 정부로부터 전향적인 가치판단을 받지 못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최근 방통위는 연구반을 가동해 DCS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고 천명하기는 했다. 그러나 대선 정국의 미묘함 속에 방통위는 해당 분야에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IPTV 법 개정안 당시 케이블을 비롯한 타 유료 방송이 문제로 삼았던 직접사용채널, 그리고 유료 복수 플랫폼 활용에 대한 문제가 DCS 불허 사태로 번지면서 통신사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것 같다”고 진단하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유료 방송법 일원화 이야기가 등장하는 판국에 IPTV를 보유한 통신사로서는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장악하기 시작한 유료 방송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셋톱박스 없는 IPTV의 등장은 물론 스마트 TV의 등장으로 미디어 플랫폼 경계가 조금씩 희박해지는 현재, IPTV를 보유한 통신사들의 볼 멘 소리는 민감한 대선 정국의 미디어 플랫폼 논쟁에서 일정정도의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 들어 망중립성 논쟁 및 기타 다른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것으로 평가받는 통신사. 그러나 유난히 IPTV 영역에서 개정안 상정 무산 및 방통위의 DCS 불허 판단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해당 보고서를 통한 ‘분위기 쇄신’에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 업체가 주장하고 있는 또 다른 미디어 플랫폼인 클리어쾀 TV의 등장도 IPTV를 보유한 통신사의 향후 대응에 변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