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전제품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늦어도 3월까지 클리어쾀 TV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클리어쾀 TV 현실화가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관련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익명을 요구한 가전제품 업계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늦어도 3월에 보급용은 물론 일반 디지털 TV용 클리어쾀 TV가 나올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클리어쾀 TV가 디지털 전환의 올바른 혜택을 구현하지 못하고 ‘절름발이 디지털 TV’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IPTV 및 기타 유료 방송과 지상파 방송사가 반대했던 ‘보급형 외 클리어쾀 TV’ 출시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처음 클리어쾀 TV가 등장했을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해당 기술이 케이블 방송을 위한 특혜일 뿐 아니라 시청 환경 하락과 콘텐츠 저가화 현상을 불러 일으켜 종국에는 미디어 패러다임의 질적 하락을 유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명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 특별법’에 담긴 클리어쾀 TV 현실화에도 반대해왔다. 그러자 김장실 의원 측과 방송통신위원회, 케이블 측은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며 “클리어쾀 TV는 저소득층을 위한 한정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해 왔다.
그런 이유로 이번 가전제품 회사들의 보급형 외 클리어쾀 TV 출시는 지금까지 김 의원과 방통위, 케이블 측이 해왔던 반론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평이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클리어쾀 TV로 수익을 내야 하는 가전제품 회사들이 순순히 보급형에만 클리어쾀 TV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 노골적이라 당황스럽다”며 “차기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산업 발전의 논리로 미디어 플랫폼 기술을 운용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클리어쾀 TV 정책은 시장의 추이와는 별도로 확대노선을 취할 것이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과 가전제품 회사들의 상품 출시와 별도로 미디어 시장 자체가 클리어쾀 TV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는 클리어쾀 TV 자체가 저가 상품이기 때문에 수익을 쫒는 가전제품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고, 동시에 조금씩 해당 기술을 차기 정부가 진흥시킨다고 해도 막상 시장에서 사장될 위험도 높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동시에 클리어쾀 TV 활성화로 ‘콘텐츠 저가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는 케이블 PP들이 오히려 클리어쾀 기술 도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해당 기술의 확대노선이 시장에서도 급진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재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현재 33%에 육박하는 지상파 PP에 맞서고 SO의 재송신료 면제 및 차감에 따른 반사이익을 위해 케이블 PP들이 적극적으로 해당 기술의 현실화에 동조한다면 극적인 시장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