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박인식 부장)는 정영하 전 MBC 노조 위원장 등 43명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공정방송 복원을 위한 MBC 총파업 당시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한 노조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MBC 사측은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이에 해고자 복귀를 둘러싼 노사 간 법정공방이 지루하게 벌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자료사진] 정영하 전 MBC 노동조합 위원장 |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MBC가 2012년 1월 30일부터 7월 17일까지 파업을 진행한 PD와 기자 등에 내린 징계는 위법하다”고 선고하며 “해고자 6명에게는 각 2,000만 원을, 정직자 38명에게는 각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방송사 등 언론매체에서 공정방송은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이자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사용자가 관련법규나 단체협약을 위반해 인사권이나 경영권을 남용하는 것은 공정방송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MBC 노조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성명을 통해 “(노동)조합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존중하는 바이다. 아울러 회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즉시 해고자 복직 등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법원의 판결을 따라 즉각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뜻이다. 이에 노조는 “오늘 판결은 MBC 본부 조합원들이 170일간 벌인 MBC 정상화를 위한 파업이 정당했음을 명시함으로써 회사가 그동안 해 왔던 불법 파업이라는 주장이 허구였음을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MBC 노조는 이날 정오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남문에서 해고자를 위한 조촐한 환영회를 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차원의 성명도 발표됐다. 이에 언론노조는 “2014년 1월 17일, 상식과 정의가 승리했다”며 “재판부는 2012년 170일에 걸친 MBC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MBC 경영진이 절차적 규정 위반 및 인사권 남용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파업을 한 만큼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고 자평했다. 동시에 언론노조는 “국회방송공정성 특위에서도 해직 언론인의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사상 처음으로 여야가 합의해 채택했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해직 언론인 복직이 사법부와 입법부의 공통된 명령이 된 것이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YTN, 국민일보, 부산일보 사측에도 촉구한다. 해직 언론인들을 전원 즉각 복직시켜라. 더 이상 국민과 대결하지 말고, 이제는 국민 속으로 들어오길 진정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MBC 사측은 법원의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동시에 사측은 “방송사의 공정성 여부가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파업의 목적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설사 방송의 공정성 여부가 근로조건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당시 언론노조 MBC 본부의 파업은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노조의 일방적 주장에 의해 시작됐으며, 따라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이들은 “통상 근로 조건의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이슈에 대하여 노사 양측이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하지만 당시 170일간의 파업의 경우 그러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당시 파업의 실질적인 목적은 대표이사 퇴진이었고, 특정 대표이사의 퇴진이 반드시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별개로, 해직자 복직 논란은 지루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같은 날 서울고등법원은 조상운 국민일보 기자의 해고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향후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에 있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