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밴쿠버 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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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뉴스텍 뉴스제작팀 안창준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쇼트프로그램에서 본인이 세운 세계기록을 깨고,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소식에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DMB주조종실이라는 공간에서 모니터링을 하면서 바라본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모습은 다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넘치는 장면들이었다. 수많은 앵글에서 잡은 김연아 선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연찮게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잡은 카메라를 보게 되었다. 놀라웠다. ‘저렇게 좁은 공간에서 선수와 코치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저런 샷이 가능했을까’하는 궁금함에 대한 친절한 답처럼 찰나의 화면은 “저런 아이디어를 사용해서 하는구나!”하는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저런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최고의 중계방송을 만드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스포츠중계가 그렇듯 피겨에서도 많은 카메라가 사용된다. 피겨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한 대의 카메라는 선수를 따라가지 않고, 코치의 표정과 행동을 녹화해 두었다가 연기를 마치고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성적을 기다릴 때,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면서 함께 보여준다. 전 세계의 수많은 방송 제작자들이 피겨 중계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코치의 시선을 가리지 않기 위해 초소형카메라를 폴에 설치해서 다양한 각도로 샷을 녹화하고 있던 장면을 내가 본 것이다. SBS에서 그동안 많은 피겨중계를 해왔고, 중계에서 몇 년간 함께했던 나에게는 짧은 순간에 지나간 영상에서 발견한 그 무엇인가가 앞으로의 중계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한 인상을 받았다.

  참으로 놀라운 마음에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했다. 초소형 HD카메라를 검색해서, 이 사진 저 사진 찾다가 발견한 곳이 http://www.polecam.com/CamerasIkegami.htm 이었다. 밴쿠버 올림픽에 사용한 자사제품 사진을 올려놓았는데 참으로 반가웠다. 생각지도 않게 발견한 보물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미 전문가들은 알고 있을 수도 있는 장비겠지만, 내가 중계현장에서 잘 접하지 못했던 제품이었고, 다양한 중계화면을 찾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기려 마음먹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좁은 공간에서 경기관계자들을 크게 방해하지 않고 시청자에게 좋은 화면과 소리를 보내려는 노력은 적어도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배우고 싶었다. 

     올림픽 중계를 보다보면 어떻게 저런 장면을 잡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대개의 경우는 중계현장을 함께한 경험으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스키 크로스, 보드 크로스 경기장의 모습에서는 어떤 장비를 썼는지 많이 궁금했다. 부감으로 빠른 속도의 스키어를 쫒아가는 것을 보면 공중에 케이블을 설치해서 그 길을 따라 리모트 캠을 달지 않았을까하고 추측해 보고 궁금한 마음에 글을 써내려가면서 내친김에 검색해보니 그런 장비가 있기는 있었다. 스키중계에 정말 새로운 감각의 영상을 제공해주는 좋은 장비라 생각된다.

 
http://www.aerialcamerasystems.com/flown_camcat_lv.php
 
 스키점프대에서 스키어를 따라가는 레일캠도 어떻게 설치하고 운용하는 지에 대한 노하우 역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많은 금메달을 안겨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레일캠도 선수들을 쫓아가면서 잡아내는 장면이 참으로 멋있었다. 우리나라도 링크가 더 생기고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러한 장비도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http://www.aerialcamerasystems.com/rail_G33.php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시작한 방송중계 장비를 찾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다른 정보들도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실제 국내 방송제작환경에서는 이러한 생각과 자료가 실용성, 경제성, 효율성 등과 같은 금전과 관련된 물음에서, 혹은 자기검열에서 사라지는 것이 다반사지만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소재임은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화려한 개막식에서 보았듯이 공연/미디어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상상력과 합쳐져 놀라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TV중계에서는 마치 하늘을 날며 선수를 보는 듯한 이미지,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우리에게 선물했고, 감동하고 빠져들었다. 미디어 선진국의 행보가 이렇고, 전 국민이 이러한 영상을 원하는 지금, 우리도 조금 더 분발하면 이번 올림픽의 메달리스트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결실을 이루어 낸 것처럼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