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KT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돌고 있다. 이계철 위원장 취임 이래 ‘친 통신’을 표방한 방통위의 정책적 결정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분위기다. 동시에 KT도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우선 IPTV법 개정안 보류를 둘러싼 양측의 미묘한 갈등이다. 이는 직접사용채널 허용 및 권역별 규제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하는 해당 법안이 미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좌초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에서 기인한다. 심지어 7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상임위원이 “KT가 운영하는 PP를 통해서 토론회를 봤는데 우리가 규제완화를 해도 직사채널은 허용해서는 안 되겠구나 결심한 계기가 됐다”는 발언도 했다. 물론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DCS 위법 판결 직후 KT가 기자 간담회를 열고 극렬하게 반발했던 ‘안 좋은 기억’이 베어있다.
당시 DCS 위법 판결이 내려지자 KT는 공개적으로 해당 결정에 반발을 했다. 그러자 방통위는 ‘주무부처의 결정을 무시한’ KT에 엄청난 비난을 가하며 수위 높은 행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당장 이석채 KT 회장을 방통위에 소환해야 한다는 강경발언도 새어나왔다. 그러나 KT의 위성방송인 KT 스카이라이프는 한 발 물러나 문재철 KT 스카이라이프 사장이 직접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과 김충식 위원에게 사과하고 10일에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 사태를 일단락 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11일 ICT 대연합 출범식에 참석해 여전히 DCS를 위법으로 판단한 방통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으며 10일 방통위에 제출한 공문에도 ‘기존 가입자에 대한 처리’가 빠져있어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또 해당 공문에는 DCS 관련 시장 조사, 폭넓은 의견 수렴, 전담 연구반 조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삽입되어 있어 아직 KT가 DCS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DCS에서 촉발된 양측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그 외 영역으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미디어 그룹을 표방한 KT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도 방통위 나름대로 내부의 의견이 갈리는 한편, 기술의 발전을 확실하게 ‘커버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주무부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통신 재벌이 주도하는 ICT 대연합이 노골적으로 현 방통위 위원회 체제를 비판하며 정통부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