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6월 8일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고 위원장 직무대행의 퇴임으로 방송과 통신 정책 등을 총괄하는 방통위 상임위원은 김석진 위원 단 1명만 남게 됐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하지만 방통위원 인선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어 방통위 업무 정상화는 7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고 직무대행은 6월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퇴임식에서 “3년의 공익근무를 무탈하게 마치고 자랑스러운 방통위 상임위원직을 내려놓는다”며 “대선 이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분주하게 보냈기 때문인지 제대로 된 퇴임 이후 계획도 세워놓지 못하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쪼록 나쁜 모습, 좋지 않은 기억은 다 잊어 주시고, 아름다운 모습만 남겨주시길 부탁드린다”며 3년 동안 동고동락한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고 직무대행은 앞으로 방통위가 사회 소통 구현에 큰 역할을 해주실 바란다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방통위의 역할이 사회‧문화적 차원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라고 한다면, 소통의 부재, 불통 문화의 확산은 분명 방통위의 역할이 부족했거나 잘못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새 정부 아래에서는 보다 더 소통을 활성화하고, 통합을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 직무대행이 퇴임을 함으로써 방통위 상임위원은 김석진 위원만 남게 됐다. 지난 3월 26일과 4월 8일 퇴임한 김재홍 전 부위원장과 최성준 전 위원장의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이기주 전 상임위원 후임인 김용수 위원은 6월 6일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으로 임명되면서 상임위원 자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이에 따라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여당 추천 3명과 야당 추천 1명의 상임위원 인선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위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소집하고, 재적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원 1명만 있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다.
관련 업계에서는 7월 중순은 돼야 방통위가 정상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방통위 상임위원 인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내각 인선이 인사 검증 문제로 늦춰지고 있어서 이 부분도 그리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마 내정자가 빨리 결정되더라도 위원장의 경우에는 청문회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7월 중순, 그렇지 않으면 8월은 돼야 어느 정도 굴러가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앞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를 국회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로 내정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자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를 통해 “지난 심사 때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추가 의혹 제기가 있는 것 같아 시간을 갖고 천천히 결정하기로 했다”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 고 특임교수에 답변 자료를 요청하고 해명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고 특임교수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고영신은 종편의 대표적 막말 출연자이자, 지역 민방 이사를 그만 둔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방통위 무자격자로 애초 후보로 나와선 안 될 인물”이라며 “국민이 한 목소리로 방송 개혁을 외치는 이때, 이를 수행할 방통위 상임위원에 국민의당이 개혁 대상을 앉히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고 특임교수는 지난해 4·13 총선 때 MBN ‘뉴스와이드’(2016년 3월 8일 방송)에 출연,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통합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안팎곱사등이”라는 비하 발언을 했으며, 채널A ‘뉴스특급’(2016년 3월 27일)에선 김무성 의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배신자로 규정하며 “영도회군이 있기 전에 김무성 대표 위상이라는 것은 사실 대표도 아니었어요. 누가 대표로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잖습니까. 바보로 인정을 했잖아요”라며 막말을 뱉어냈다. 이런 탓에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8차례나 행정 지도 및 제재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법정 제재인 ‘주의’ 1건도 포함돼 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10조(결격사유) 1항 2호에선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은 방통위원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이해 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이 조항의 취지대로라면 고영신은 애초 후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바로 논평을 내놓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는 개혁성 강한 인물을 국정에 참여시키고 있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민의당 또한 대선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그에 걸맞은 인물을 추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종오 국회의원은 논평을 통해 “고 특임교수는 종편에 출연해 막말과 편파발언으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비판받는 인물”이라며 “미래방송통신위원회에서 1년여 가까이 방송법 개정에 공동 대응해온 국민의당이 이 같은 인물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한 이유가 의아하다”고 의문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