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헛발질’

방통위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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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전쟁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700MHz 대역 주파수 현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1.8GHz 주파수라는 ‘복병’이 등장해 방송 및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방통위는 데이터 트래픽 등의 이유로 통신사에 추가 주파수를 더 할당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에 작년에는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필수 주파수를 무작정 통신사에 할당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곧 지상파 방송사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말았다. UHD4k의 발전 등 뉴미디어의 미래와 난시청 해소를 위해서는 반드시 700MHz 대역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이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해당 필수 주파수 통신할당에 분명하게 반대하는 논리가 들불처럼 일어났고, 이에 당시 최시중 전 위원장은 사임하기 일주일전, 전격적으로 700MHz 분할할당을 결정해버렸다. 이 와중에 양아들 정용욱 씨가 관련된 통신사 금품수수 의혹은 물론, 종편에 투자하는 통신사의 대가성 시비가 일었으나 모두 묵살되고 말았다.

   
 

   
 

그런데 해를 바꿔 2012년, 방통위는 돌연 WRC-12(세계전파통신회의) 결과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보도자료를 전 언론사에 배포하며 모든 관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WRC-12에서는 다른 대역의 주파수 할당을 결정하는 국제적 논의가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CDMA 방식을 추구하는 일부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의 긴급제안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 할당을 주장하는 안건이 채택된바 있다. 그러나 이는 곧 방송용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는 유럽의 반대로 부결되었고 결국 더욱 연구를 진행한 다음 WRC-15에서 논의되기로 잠정 합의가 되었다. 그런데 방통위는 이같은 사실을 확대해석해 마치 700MHz 대역 주파수가 전세계적 통신용으로 할당되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동시에 소위 ‘광개토플랜’이라는 주파수 할당 로드맵을 꾸준히 추진시키며 강경 스탠스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부산에서 열리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를 앞두고 오는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방통위가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 할당을 더욱 ‘굳히려’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ICT 발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통위 관계자는 ‘WRC-12의 왜곡결과를 끝까지 밀어붙힐 것’이라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있다. 이는 WRC-12에서 긴급제안으로 채택된 700MHz 대역 주파수 일부 의견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방통위가 방송 송신용 주파수 대역을 UWB(초광대역)과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 일고있다.

   
 

바로 이때, 1.8GHz 대역 주파수 현안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뉴미디어 발전과 난시청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700MHz 대역 주파수를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며 자사의 이익에만 몰두한 통신사에 밀어주려는 방통위의 논리가 정면으로 도전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도전의 중심 논리는 바로 1.8GHz 대역 주파수야말로 통신용 LTE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즉, 700MHz 대역 주파수가 통신에 적합한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 1.8GHz 주파수가 해당사항에 속한다는 뜻이다.

이미 해외는 무선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광대역 주파수 할당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은 1.8GHz와 2.6GHz 2개 대역을 중심으로 2×20MHz폭 정도의 주파수를 사업자별로 할당하는 추세다. 독일, 스페인 등 주요국은 사업자별 2×20MHz 폭의 광대역 주파수를 할당했다. 또 향후 경매 예정인 국가도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6GHz를 경매한 유럽 11개국 29개사업자에 2×20MHz 폭의 광대역 LTE 주파수를 할당했다. 이는 국내 통신사 LTE 주파수 할당과도 비슷하다. 통신의 대표적 4세대 기술인 LTE는 1.8GHz 주파수가 대세인 것이다.

아울러 방통위는 한 발 더 나아가 군이 쓰는 나머지 1.8GHz 대역 주파수도 모두 회수해 하반기에는 통신사에 할당할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통신용 주파수로는 1.8GHz 대역 주파수가 어울린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방통위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ITU 이사회 회의에 여전히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려는 여론전을 포기하지 않고있다. 이미 1.8GHz 주파수가 대세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정부도 인식하고 있음에도 700MHz 대역 주파수에 대한 노골적인 탐욕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국산 ‘와이브로 기술’을 스스로 사장시켜 놓고는 이제와서 와이브로에 주파수 재할당을 감행하는 방통위가 주파수 효율성을 말하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한편, 무분별한 가입자 유치로 모바일 트래픽을 유발시킨 1차 책임자인 통신사가 애먼 제조사와 마찰을 일으켜 망중립성 논쟁을 야기시키고 카카오톡과 애플의 MVoIP 서비스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뻔뻔함’에는 방통위는 든든한 ‘스폰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자 원흉인 통신사가 아무리 정책적 실패를 해도 방통위는 그 모든 피해 사항을 보다듬는 한편 ‘밑빠진 독 물붓기’ 식으로 끊임없는 지원을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문제에도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아울러 지상파 4사 사장단이 수신환경개선을 위한 공동 협약을 마치고 4사 기술본부장들이 ‘UHD 협약식’을 통해 700MHz 대역 주파수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묵살하는 방통위는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고 ‘자본주의의 논리’로만 모든 것을 재단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