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과 케이블 업체가 DCS를 두고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방송통신위원회 이계철 위원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2011년 회계 결산 보고에 참석해 해당 서비스가 위법일 확률이 높다는 뉘앙스를 풍겨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기술발전 추세를 감안해 100% 위법은 아니라는 발언도 해 여지를 남겼다.
이 위원장은 이날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DCS에 대한 방통위의 입장정리 및 중재를 촉구하자 “외부 법률자문 등을 통해 DCS 논란에 대해 조만간 방통위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방송통신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법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발전 추세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지, 기존 법률을 개정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방통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DCS 현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DCS가 불법 서비스이지만, 빠르게 가입자가 늘어나는 해당 서비스를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즉 DCS는 위법이지만 많은 가입자를 유치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기술발전을 따라가는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해당 서비스를 두고 일단 ‘불법’으로 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지만, 불법이라 하더라도 ‘법 신설’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보아 실제로 ‘폐지’와 같은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방통위는 국회 문방위에 출석한 이 위원장의 발언 수위를 두고 한발 물러난 상태다. 실제로 한 매체가 “이 위원장이 DCS를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하자 즉각 반박자료를 통해 “방통위 내부에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현시점에서 위법이냐 아니냐를 두고 방통위 내부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든 것은 30일 전체회의에서 확실해질 뿐이며 아직 이에 대한 전향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DCS에 대해 우왕좌왕하며 전향적인 정책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순간에도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의 격한 대립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1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DCS에 대해 ‘불법 위성방송’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방통위의 빠른 제재를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KT 스카이라이프가 해당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현재 유료매체 시장의 패권을 위성방송사에 내주게 될 상황에서 OTS로 인한 타격에 이은 DCS까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케이블 사업자들의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KT 스카이라이프가 KBS와 함께 디지털 전환 대비 공시청 설비 작업을 진행하면서 케이블 가입자 이탈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엿보인다. 이에 케이블 측은 ‘한국언론정보학회’의 학술 세미나를 지원하며 ‘학계도 DCS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는 일종의 ‘교묘한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KT 스카이라이프도 결연하다. KT 스카이라이프도 케이블 사업자들의 공세에 맞서 비대위를 결성하는 한편, 21일에는 ‘난시청 등 수신환경개선 요청 고객 건의서’ 2만 부를 방통위에 제출해 DCS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비대위는 “케이블 TV 측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J헬로비전의 ‘티빙’이나, 현대HCN의 ‘에브리온TV’ 같은 N-스크린 서비스 역시 케이블망을 벗어나 IP망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서비스 역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스마트 미디어에 진출한 케이블 사업자들도 관련법이 모호한 만큼 합당한 정책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역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