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트래픽 관리 기준’ 일단 보류

방통위, ‘트래픽 관리 기준’ 일단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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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의 망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이하 통신망 트래픽 관리 기준안) 제정안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일단 보류 결정을 내렸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관련 시민단체가 잇달아 반대 성명을 발표하자 이에 부담을 느낀 방통위가 일보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 29일 열린 제65차 전체회의에서 보고안건으로 상정된 ‘통신망 트래픽 관리 기준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리고 시민단체 등의 반대 의견을 수렴해 보안한 뒤 재논의키로 결정했다.

이번에 안건으로 상정된 ‘통신망 트래픽 관리 기준안’은 통신사가 요금제에 따라 트래픽의 제한 수준을 다르게 규정하도록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요청이 있거나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DDoS) 혹은 해킹 등 망 보안성 확보를 위한 경우 등에 한해 사업자가 제한적으로 트래픽을 제한토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 관련 시민단체들은 방통위 전체회의에 앞서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통신망 트래픽 관리 기준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이 참여한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통신망 트래픽 관리 기준을) 제정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면서 방통위가 통신사 편의 봐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운을 뗐다.

그들은 이어 “트래픽 관리 기준은 이용자의 권리와 직결된 사안으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과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방통위가 의견 수렴 절차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은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준안이 모든 형태의 서비스‧콘텐츠‧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고 차별할 수 있는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 역시 “방통위가 제시한 통신망 트래픽 관리 기준에 따르면 불공정행위인 모바일인터넷전화(mVolP) 차단 행위가 앞으로도 계속 허용될 것이며, 애매모호한 다량 이용자에 대한 제한이나 이용자의 동의를 이유로 한 트래픽 차단 역시 이용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방통위가 이 기준안을 강행하면 망 중립성 원칙을 입법화하겠다”고 말혔다.

이번 통신망 트래픽 관리 기준안 보류 결정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망 중립성과 트래픽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스마트 기기들이 대중화되면서 대두되기 시작한 트래픽 문제는 지난해 스마트 TV 차단‧보이스톡 제한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큰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동통신사들은 망 보안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트래픽 관리를 주장하고, 관련 시민단체와 콘텐츠 사업자들은 특정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유무선 인터넷이 애플리케이션 등 다른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평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우며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아야 하는 방통위가 한 쪽 입장에 치우쳐 대선을 앞두고 무리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애플이나 구글 등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망 중립성 규제에 적극적이고, 네덜란드나 칠레 등 이미 망 중립성을 법제화한 나라와 비교해보면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한참 뒤져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투명성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규정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 기준안으로는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말한 뒤 망 중립성 원칙의 골자인 ‘합리적 트래픽 관리’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