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ITU 참석, 주파수 시나리오 스타트?

방통위 ITU 참석, 주파수 시나리오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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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한국대표단(단장: 최재유 기획조정실장)은 7월 4일 오후 스위스 제네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본부에서 열리는 2012년 이사회에 참석하여 하마둔 뚜레(Hamadoun TOURE) ITU 사무총장과 면담 하였으며, 아울러 우리나라의 2014년 ITU전권회의 준비상황을 개막식에서 발표하였다. ITU 이사회는 당해 연도 ITU 주요 정책 의제, 재정 및 인사정책 등을 검토․승인하는 연례 회의로써, 193개 회원국 중 전권회의에서 선출된 48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9년 첫 이사국이 된 이후 최근 2010년 멕시코 전권회의까지 6회 연속 이사국으로 선출되어 ITU의 주요 정책 논의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통위 한국대표단의 ITU 이사회 참석은 ICT 발전 영역 외에도 또 하나의 ‘불씨’를 가지고 있다. 바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논쟁이다.

   
 

방통위는 데이터 트래픽 현상에 시달리는 통신사에 주파수를 추가 할당하기 위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주파수 소요가 많아짐에 따라 추가 주파수를 통신사에 더 밀어주겠다는 것이 방통위의 복안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당장 역풍을 맞았다.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에서는 “데이터 트래픽 사태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남발하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던 통신사들의 원죄”라며 “공공의 이익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주파수를 사적인 목적으로 움직이는 통신사에 무조건 몰아주는 것은 잘못된 정책 판단이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같은 주장을 일축하며 방법상의 많은 문제를 노출했던 주파수 경매제를 강행했고, 뒤이어 당시 위원장이던 최시중 씨는 자신의 사임 일주일 전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분할 할당하는 ‘악수’를 두었다. 여기에는 방통위가 정권 차원에서 육성한 종합편성채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통신사에 ‘종편 투자’를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자 ‘보은’ 차원에서 주파수가 할당되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초, WRC-12(세계전파통신회의)가 열리며 해당 주파수 논쟁은 다시 한번 수면위로 부상했다. WRC-12는 많은 국가들이 모여 주파수 할당을 논하는 자리인데, 방통위는 이 자리에서 회의 결과 700MHz 대역 주파수를 전 세계적으로 ‘통신’에 할당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내 언론사는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으며 관련 논쟁은 순식간에 종료되는듯 했다. 방통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나라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서 활용하기로 결정되었으며, 이에 해당 주파수를 뉴미디어 및 난시청 해소로 활용하자는 반대 진영의 논리는 힘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이는 방통위의 철저한 ‘왜곡’이었던 것이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실(당시 유호진 실장)이 WRC-12 결과보고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방통위가 주장한 것처럼 700MHz 대역 주파수는 통신 부분에 할당하기로 결정된 것이 아니며 심지어 정식 안건도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물론 일부 아프리카 및 중도 국가들이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활용하자고 긴급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 활용하는 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이에 관련 논의는 2015년에 열리는 WRC-15에서 논의하기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자리에서 ‘일부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의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 할당 주장’이 유럽 국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될지도 의문이다. 이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보도자료를 배포한 외교부의 보도자료 사태와 함께 대표적인 정부의 언론 플레이로 기록되고 있다. 즉,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자 정부가 왜곡된 자료를 배포한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방통위는 ITU 전권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방통위는 주파수 할당 논쟁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ITU는 UN 산하기구로서 WRC의 상급단체다. 그리고 ITU는 2014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며 이듬해인 2015년에 WRC-15가 열리게 된다. 당연히 ITU에서 거론된 안건이 WRC-15에서 비중있게 논의될 확률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통위의 ‘시나리오’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13년 10월까지 전국 디지털 전환 후 채널 재배치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700MHz 대역 주파수를 모조리 ‘통신’쪽으로 할당하려는 여론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통위 2012년 7월 ITU 이사회에서 주파수 할당 논의를 거친 다음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무조건 ‘왜곡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2014년 ITU와 2015년 WRC-15에서도 관련된 내용을 주장하며 끊임없이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는 것이 ‘세계적인 대세’라고 주장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2015년이 되면 해당 주파수는 어떤 형식이로든 할당이 완료될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이어지는 국제회의 동안 논의가 어떻게 되든 방통위의 입맛에 맞는 주파수 할당 로드맵으로 보도자료 배포를 통한 여론 몰이에 나설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방통위 내부에서 군 용으로 활용하던 1.8GHz 대역 주파수와 위성 DMB 종료로 확보된 2.6G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조기 할당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전해졌다. 게다가 2.6GHz 대역 주파수는 전 세계적으로 4세대 이동통신인 LTE에 가장 상용화된 대역이기도 하다. 심지어 국내 통신사들도 LTE 서비스를 2.6GHz 대역에서 하고있다. 방통위가 줄기차게, 그리고 집요하게 통신에 할당하는 것을 노리는 700MHz 대역 주파수는 북미 지역에서만 통신에 활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이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04년 디지털 전송 방식 결정처럼 무조건적인 미국 편향적인 정책을 쫒아 세계적 대세도 아닌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 할당을 불사할지, 아니면 LTE에 맞는 2.6GHz 대역 주파수에 만족하며 700MHz 대역 주파수는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며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