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빅 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안)’(이하 가이드라인)이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과 충돌하고, 헌법상 프라이버시 보호와 자기결정통제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나눔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9월 15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감 이슈 연속 토론회–빅 데이터 가이드라인이 개인 정보 보호라고?’에 참석해 “가이드라인은 공개된 개인 정보의 경우 동의 없이도 수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공개된 개인 정보도 정보 주체한테 명백한 이익이 될 때만 동의를 얻지 않고 수집 또는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 범위 안에서 제정되어야 하는 고시 성격의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현행법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법과 상충하는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경우, 각종 법률과의 충돌 문제로 기업의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영홍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도 “끊임없이 실명‧신원을 요구하고 확인하는 한국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빅 데이터 기술의 ‘프로파일링(개인 정보의 자동화된 처리를 통해 개인의 특성 등을 도출한 것)’에 대해 더욱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은 거꾸로 무차별적인 프로파일링을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주민등록번호와 관련된 시스템을 먼저 걷어내고 그 이후에 빅 데이터 규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주민번호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지만 예외 규정이 많아 여전히 주민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모든 분야의 연결자로서 역할을 하는 주민번호의 존재가 유지되는 한 그 어떠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산업 진흥, 이용자 보호 모두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통위는 빅 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개인 정보의 오‧남용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자가 사전 동의 없이 개인 정보의 수집‧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개인은 인터넷에서 다양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때때로 이름, 사는 곳, 직업, 취향 등 개인 정보를 남기게 되는데 이것이 개인 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고 분석, 가공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을 훼손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과 입법 과제’ 보고서를 통해 “결과적으로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과 같은 개인 정보 보호 법률들의 해석상 한계를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면서 “동의 요건의 문제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의 실현 수단 성격을 갖기에 완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반발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에서는 아직까지 가이드라인 재검토에 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