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야측 위원들 ‘보이콧’ 선언

방통심의위 야측 위원들 ‘보이콧’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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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60분> 중징계에 이어 JTBC <뉴스9>에 보도 프로그램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지는 등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치 심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 추천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앞으로는 ‘정치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당 추천 심의위원인 김택곤 상임위원과 장낙인 위원은 지난 26일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정치적 논란으로 여야의 입장이 갈리는 방송에 대한 공정성‧객관성 심의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이날 방송심의소위에 불참했다. 더 이상 ‘정치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 공정성과 제14조 객관성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회 정의에 입각해 심의위원들의 중론을 모아 위반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현재 방통심의위 여야 구성은 6:3으로 전체적인 판결 자체가 여당 측 위원들의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심의’ ‘편향 심의’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상임위원은 “(여당 측 위원들이) 숫자가 많아 (여당 측 의견으로) 제재 여부가 결정나는 구조”라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장 위원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야 비율이 6:3으로 이뤄진 구조 탓에 정치적 안건에 대해서는 야당 측 위원들이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반영되지 않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당 측 위원들은 “과거 정권 때도 똑같은 구조였지만 당시 야당 추천 위원들은 다 참석했다. 전체 국민이 심의 결과에 모두 반대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논란의 불씨는 JTBC <뉴스9>가 보도 프로그램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데서 댕겨졌다. KBS <추적60분> 중징계에 대한 비난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 다시 정치‧표적 심의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뉴스9>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보도하면서 김재연 통진당 대변인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정부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의견만 보도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는 보도 프로그램은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균형있게 반영하지 않았다”고 징계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측 위원들은 “다른 종편 방송사에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JTBC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중적”이라며 회의 도중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결정에 정치권과 사회시민단체를 비롯한 여론은 들끓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방통심의위가 정권의 ‘종북몰이’에만 화답하는 ‘종박심의’ 기구라는 사실이 다시금 명백해졌다”며 방통심의위의 해체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 “JTBC 심의와 달리 같은 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자체 인사들을 노골적으로 ‘종북’으로 매도하고 저주한 TV조선 <판>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제시’로 무마했다”면서 “방통심의위는 <뉴스9>에 내린 중징계를 즉각 철회하고, 지금까지 자행한 정치 심의, 표적 심의에 대해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PD연합회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앞으로 방통심의위의 구조와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TF팀을 꾸려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야당 추천 위원들의 ‘보이콧’과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방통심의위의 구성 자체에 대해서 정부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