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 ‘입맛 인사’인가 ‘다양성 확보’인가 ...

방심위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 ‘입맛 인사’인가 ‘다양성 확보’인가
친정부‧보수 성향 단체에 추천 의뢰…방심위 “다양성 확보 차원”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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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년 4월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에 앞서 TV조선,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과 친정부 성향의 보수 단체‧학회 등에 심의위원 추천을 맡겨 논란이 일고 있다. 방심위는 “기존 관행에서 탈피한 다양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언론에 공개한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2일까지 복수의 추천 기관 및 단체로부터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을 받았다.

공직선거법 제8조의2에 따라 구성‧운영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설치하는 합의제 기구로,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2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사 △방송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문제는 방심위에서 추천을 의뢰한 곳으로, 방송사 추천 몫을 기존에 한국방송협회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더해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에 의뢰했다. 기존에는 개별 방송사가 아니라 대표성이 있는 방송협회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번갈아 추천했으나 심의 대상인 방송사에 심의위원 추천 권한을 준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에서 추천해 온 방송학계 몫은 한국미디어정책학회라는 신생 학회에 추천을 의뢰했다. 2019년 6월 출범한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기자연합회나 한국기자협회가 추천해 온 언론인단체 추천 몫은 전체 방송기자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한국방송기자클럽에 돌아갔으며, 시민단체 몫은 지난해 6월 설립한 보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에 돌아갔다.

이에 방심위는 11월 6일 설명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방심위는 종편에 추천을 의뢰한 것은 “2022년 공직선거법 제70조 제1항 개정 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에 치우쳤던 관행을 벗어나 종편까지 그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답했다.

공직선거법 제70조 제1항은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 시설에 대한 범주를 기존 ‘방송법에 의한 방송사업자가 관리‧운영하는 무선국 및 종합유선방송국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채널을 포함한다’에서 지난해 1월 21일 ‘방송법에 의한 방송사업자가 관리‧운영하는 무선국 및 종합유선방송국(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채널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로 개정했다.

그러나 방심위의 해명은 대표성이 있는 협회가 아니라 심의의 직접적 대상인 방송사에 심의위원 추천 권한을 준 것이라는 지적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방심위는 방송학계, 언론인단체, 시민단체 등의 추천 몫에 대해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해 일부 학회나 언론인단체, 시민단체에 한정해 추천받아 왔던 것을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한국미디어정책학회, 한국방송기자클럽 및 공정언론국민연대에 위원 추천을 의뢰했다”고 답했으나 이 역시 ‘친정부 성향의 단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이들 단체는 친정부 혹은 보수 성향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역사성이나 대표성이 있는 단체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상 정부 일을 맡고 있는 인물이 이끄는 신생 학회에 추천 몫이 돌아간 것은 불공정한 조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방심위는 “법령을 준수해 추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라고 밝혔으나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